“불법 몰랐다” 발뺌 일쑤, 벌금·과태료 약해 효과 의문… 덕유산 국립공원 단속 현장
입력 2013-02-26 17:58
“채취꾼들이 낌새를 채고 안 내려오고 있다. 지름길 길목을 지켜라”
국립공원관리공단 단속팀이 밤샘 대기태세에 들어갔다. 지난 21일 밤 덕유산에서 겨우살이를 채취하고 몰래 내려오던 약초꾼 3명이 결국 단속팀에 붙잡혔다. 겨우살이는 주로 참나무과 키 큰 나무의 잔 가지에 기생하는 식물이다. 이들의 대형 배낭에는 겨우살이가 10㎏씩 들어 있었다. 단속팀 관계자는 “항암작용을 한다고 알려진 겨우살이는 ㎏당 1만원이 넘는다”면서 “문제는 높은 가지에 달린 겨우살이를 채취하면서 나무를 훼손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단은 이들을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채취꾼들은 20∼30미터 높이의 나무를 기어오르는 대신 서슴없이 베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일인 12월19일 지리산에서 채취꾼 2명이 현장에서 적발됐다. 단속팀 관계자는 “이들은 적발당시 톱을 가지고 있었고 배낭에는 40kg의 겨우살이가 담겨 있었다”면서 “근처에 가슴높이 직경 26cm 정도의 졸참나무 6그루가 둥지만 남긴 채 잘려 있었다”고 전했다.
수목을 훼손할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돼 있지만 초범일 경우 100만원∼300만원의 벌금에 그친다고 한다. 생계형 범법자에게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건강보조식품을 찾는 중산층 이상 수요자에게는 별 부담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 경미한 양의 산나물 불법채취, 그 과정에서 이뤄지는 샛길통행, 허가지역 이외 지역에서의 채취행위 등에는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거나 경고조치가 취해진다.
국립공원 안에서 식물 채취는 마을 주민들이 관리공단과 체결한 자발적 협약에 의해 허가를 얻은 경우로 제한돼 있다. 이 경우에도 자연보존지구를 제외한 곳에서 산나물의 잎과 버섯, 더덕 등의 채취는 가능하지만, 그 밖에 초본의 뿌리나 나무를 캐는 것은 금지돼 있다. 그러나 외지인의 경우나 상업적으로 판매하려는 채취인들은 그런 것을 따지지 않기 때문에 군락지 전체가 훼손되기 일쑤다.
“10여 년 전만 해도 산나물 동호회 등에서 봄이 되면 관광버스를 대절해 지리산 정령치 등에 세워 놓고 회원들을 풀어 놓곤 했다. 이들이 얼레지 등의 약초를 싹쓸이 식으로 캐가고 나면 일대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한 직원의 회고다. 그는 “지금은 이런 단체관광식 나물 채취는 꾸준한 단속과 홍보 덕분에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립공원이 아닌 곳의 심산유곡은 얘기가 다르다. 산나물 동호회, 약초 동호회들의 홈페이지에서는 단체 산행정보를 쉽게 볼 수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과태료 부과 이상의 식물채취 단속 건수는 2010년 43건, 2011년 22건, 2012년 18건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정황으로 판단할 때 불법행위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한 공단 직원은 “적발을 해도 모두 행정처분을 하는 게 아니다. 몰라서 그랬다고 하면 봐 주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임항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