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에 소속 교단 따지나” 다문화 가정에 ‘선한 기부’
입력 2013-02-26 21:20
건축헌금의 10% 다른 사역에 사용하는 서울 ‘늘푸른교회’
지난 19일 서울 가리봉동 중국동포교회(김해성 목사)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서울 역삼동 늘푸른교회(박규용 목사)가 중국동포교회의 다문화가정 사역단체인 지구촌사랑나눔에 학생들을 위한 그룹홈을 선물한 것이다.
이날 열린 예배에는 박규용 목사와 늘푸른교회 성도 15명, 중국동포교회 성도 200여명 등이 참석했다. 예배 뒤에는 ‘늘푸른그룹홈’ 제공을 위한 협약식이 진행됐다. 늘푸른교회는 지구촌사랑나눔이 운영하는 대안학교인 지구촌학교 인근의 주택을 구입해 그룹홈으로 제공하고 매월 200만원의 운영비도 지원키로 약속했다.
지구촌사랑나눔의 그룹홈은 부모의 사망이나 이혼 등으로 살 집이 마땅치 않은 다문화가정 자녀들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지구촌학교에 아이를 보낼 수 없는 가정의 자녀들이 함께 모여 생활하는 곳이다. 컨테이너 가건물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과 지방에 거주해 통학이 불가능한 아이들에게는 그룹홈이 꼭 필요하다. 새로 마련한 그룹홈은 내부 공사를 거쳐 다음달 초 개소식을 갖고 7명의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입주하게 된다.
늘푸른그룹홈에서 살게 될 전선영(가명·7)양은 “전에는 아침에 화장실 가려면 줄 서서 기다려야 했는데 새 집은 화장실이 2개라 정말 좋다”며 기뻐했다. 김해성 목사는 “늘푸른교회는 보수 교단인 예장 합동 측에 속해 있는 데도 정반대 성향인 기장 측에 속한 중국동포교회의 사역을 지원하는 큰 결단을 내려줬다”면서 “교단 간 벽을 허물고 선한 사역에 힘을 합치는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늘푸른교회는 1930년 잠실기도처로 개척된 교회로 83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한국전쟁 때 교회 건물이 소실돼 어려움을 겪었지만 교인들이 뜻을 모아 교회를 재건했다. 2008년 새 예배당 건축을 마쳤지만 후속 작업을 위해 계속 건축헌금을 하고 있다. 2010년 교회 개척 80주년을 맞아 타 교단인 예장 통합 측 김동호 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목사를 초청해 부흥회를 가졌는데, “예배당 건축만 하지 말고 하나님 일도 더욱 열심히 하자”는 권면에 성도들이 큰 은혜를 받았다. 평소 어려운 이웃을 더 열심히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던 박 목사와 성도들은 상의 끝에 건축헌금의 10%를 선한 일에 사용키로 결정했다. 장년 출석성도가 700여명 정도인 중형 교회로서 재정이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었지만 잡음은 없었다.
늘푸른교회는 기획위원회를 통해 건축헌금 십일조를 나눌 사역단체를 찾던 중 다문화가정을 위해 사역하며 대안학교와 그룹홈을 운영하고 있는 지구촌사랑나눔과 연결됐다.
박 목사는 “2010년 부흥회 때 은혜를 받아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신 아름다운 예배당의 십일조를 다문화가정과 장애인 사역, 해외 저개발국 원조에 쓰기로 전 교인이 뜻을 모았다”면서 “이웃과 함께 나누고 함께 세우는 하나님의 교회를 위해 앞으로 더 열심히 사역하겠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