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의 시편] 빈곤 탈출

입력 2013-02-26 21:11


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빈곤그룹에서 비빈곤그룹으로의 탈출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합니다. 빈곤의 고착화지요. 가난한 사람들이 계속 그렇게 살 뿐 아니라 대를 이어 가난할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입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사회적 절망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병리적 현상입니다. 사회의 수직적 유동성이 사라진 채 부자는 계속 부자로, 가난한 사람은 계속 그 빈곤의 늪에 빠져 사는 것은 부자나 가난한 자 모두에게 불행한 일입니다.

누가복음 16장에 부자와 거지 나사로 이야기가 나옵니다. 둘이 함께 죽어 각각 음부와 낙원에 갔는데 그 사이에는 큰 구렁텅이가 있어 서로 오갈 수 없습니다. 따라서 낙원에 간 나사로가 손가락에 물 한 방울 묻혀 음부에 있는 부자의 혀끝에 떨어뜨려 줄 수조차 없는 것입니다. 이 구렁텅이가 음부와 낙원 사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자리 잡아 가는 모양입니다. 여기서 거기로 건너갈 수 없는 그런 절망이 목을 죄고 있습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야 건강한 세상입니다. 나는 빈곤하더라도 다음 세대는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진 사회가 건강한 것입니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조차 없고 일을 해도 계속 빈곤을 벗어날 수 없다면 사회는 점차 위험해집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폭탄을 심은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절망의 늪에 빠지면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의 안전망 확보를 위해서라도 빈곤에서 탈출이 가능하다는 희망이 존재해야 합니다. 그런 희망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그것은 가진 자들의 몫입니다. 내 이웃이 절망하고 한숨을 쉴 때 나의 편안함도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즉 누굴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도 빈곤 탈출률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희망이 있는 세상, 상향적 유동성을 지닌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새로운 정부가 이런 희망만큼은 만들어내기를 기대합니다. 힘 있는 자가 모두 갖는 구조보다 함께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것을 위해 최소한 동네 상권의 보장 같은 안전장치가 필요하며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계속해야 합니다. 빈곤 가정 자녀들의 공부할 수 있는 보장도 필요합니다. 기회의 균등만큼은 주어져야 하고 빈곤을 대물림하는 악순환은 막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교회도 희망이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내기 위해 교인들을 깨워야 합니다. 우리교회가 많은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기 위해 애쓰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개천에서 용 나고 쥐구멍에도 볕드는 사회를 위하여!

<산정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