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두렵냐고요? 공부하며 인생 2막 기다려요… 준비하는 40∼50대 위한 한국방송통신대 프라임칼리지

입력 2013-02-26 22:41


전업주부 강도임(40·서울 진관동)씨는 요즘 ‘열공 모드’다. 틈만나면 온라인 강의를 듣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는다. 강씨는 지난 1월부터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송대) 프라임칼리지의 ‘책을 활용한 영어 수업Ⅰ’을 듣고 있다. 대학 때 과학교육을 전공했지만 외국계 회사에 취직해 3년쯤 영국에서 근무한 강씨는 영어에는 웬만큼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도 막상 외동딸에게 영어를 직접 가르쳐보니 2%쯤 부족한 것을 느꼈다.

“아는 것과 실제로 가르치는 것은 다르더군요. 마침 수강료가 매우 싼 영어 교수법 강의가 생겼다고 해서 ‘냉큼’ 수강신청을 했습니다.”

한달쯤 강의를 듣고 난 다음 영어 그림 동화책을 읽어 주니 우선 딸 윤형(6)이의 반응이 달라지더란다. ‘깔깔깔’ 훨씬 재미있어 했고, 영어그림책을 읽어 달라고 조르기까지 했다.

강씨는 온라인강의여서 집안일 하다 짬날 때마다 틈틈이 들을 수 있고, 어느새 깜빡깜빡 잊는 나이가 됐는데 수시로 되풀이해서 들을 수 있어 좋고, 무엇보다 수강료가 4만500원밖에 안 돼 부담 없이 신청할 수 있어 좋았다고 자랑이 늘어졌다. 영어 교수법에 자신이 붙은 강씨는 “아이가 좀 더 커서 엄마 손이 덜 필요하게 되면 영어 회화 수업을 해볼 계획”이라며 즐거워했다.

직장인 김치성(52·남·직장인)씨는 요즘 은퇴한 이후를 걱정하는 또래들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빙그레 웃곤 한다. 특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도 할 일이 없어 걱정이라는 친구들 앞에선 어깨에 은근히 힘까지 들어간다.

“평소 목공예에 관심이 많았어요. 이를 아는 아내가 목공수업 강의가 있다는 뉴스를 보고는 넌지시 알려주더군요.”

지난해 11월 방송대 프라임칼리지 목공예 과정을 신청해 5시간씩 6주간의 수업을 마쳤다는 김씨는 수업료가 싼 데다 강사진이 훌륭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수업료가 재료비 포함해 6만원밖에 하지 않았다고. 보통 공방에서 목공예를 배우려면 수강료만 20만∼30만원선. 은퇴 후 취미생활을 위해 투자하기에는 버거운 액수다.

졸업 작품으로 예술성이 듬뿍 담긴 의자를 만듦으로써 ‘늦깎이 목수’가 된 그는 요즘 경기도 분당에 있는 공방에서 주말마다 작업하면서 배우고 있다. 토·일요일, 이틀을 꼬박 공방에서 사포질에 톱질에 망치질을 해도 피곤하기는커녕 어린시절이 생각나 외려 젊어지는 것 같다고.

“부친께서 나무 만지는 일을 해서 어린 시절 나무와 친근하게 지냈죠. 오십이 넘어 다시 만나게 된 나무 냄새와 촉감이 더 없이 좋습니다.”

아내에게 화장대와 보석함을 만들어 줄 거라는 그는 ‘목조주택을 지어보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세워 놓고 있다.

수명은 길어지고 은퇴는 빨라져 고민인 40∼50 세대들에게 방송대의 프라임칼리지 강좌가 인기다. 지난해 9월 첫선을 보인 이후 1월 현재 42개 과목을 2900여명이 수강했다. 방송대 프라임칼리지 운영지원실 박석원 실장은 “프라임칼리지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인생 후반기 준비를 적극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아 설립한 것으로, 퇴직 후 인생설계에 필요한 과목들을 중심으로 개설하는 데다 수준 높은 전문 강사에 수강료는 저렴해 찾는 이가 많다”고 소개했다. 수강료가 저렴한 것은 교과부가 수강료의 20∼50%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또 일부 과목은 방송대에서 학점을 인정받을 수도 있다.

이번 3∼5월에는 협동조합의 이해와 실제, 책을 활용한 영어 수업 등 10개 과목(표 참조)을 개설한다. 수강신청은 3월 5∼14일 받는다. 학점 인정 교과목은 고졸 이상만 수강할 수 있지만, 학점 미인정 교과목은 특별한 수강자격 조건이 없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3월20일 개강해 5월10일까지 50일간 이어진다. 온라인 강의를 중심으로 현장 교육이 필요한 경우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한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