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롯데의 ‘일감 몰아주기 청산’ 재계로 확산되길

입력 2013-02-26 18:10

롯데그룹이 신격호 회장 부인과 딸이 운영하던 롯데시네마 매점사업을 직영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바람직하다. 팝콘과 콜라 등을 파는 영화관 매점사업은 수익률이 높은 알짜 사업이다. 롯데는 그동안 오너 일가가 이 매점을 직접 운영해 “재벌 총수 부인과 딸이 팝콘 장사까지 하느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롯데의 결정에는 새 정부가 경제민주화 실천 의지를 다지고 있고, 동종업계 경쟁사인 신세계그룹이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오너 일가가 지분을 소유한 계열사로의 일감 몰아주기는 대기업들의 편법적인 부의 세습 수단이었다. 총수 일가는 계열사들이 몰아주는 일감으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하고 회사가 상장되면 막대한 부를 챙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이 최대 주주인 현대글로비스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오너 일가가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SDS는 일감 몰아주기로 급성장한 대표적 사례다.

정부는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대기업들의 편법 상속을 막기 위해 오는 7월부터 해당 계열사 매출액의 30%가 넘는 일감을 몰아줄 경우 증여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그러나 최근 변종 일감 몰아주기가 나타나고 있어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범 현대가인 현대중공업그룹 계열 현대오일뱅크로부터 원유 수송 업무를 맡았다. 친족기업 간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기업 총수의 친족기업 간 거래 내역도 공시하도록 해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제조업이나 서비스업뿐만 아니라 금융 분야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도 이뤄져야 한다. 대기업 금융회사들의 퇴직연금은 계열사 물량이 상당하지만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과세가 불가능하다.

대기업들은 탐욕에만 눈이 멀어 골목상권까지 침범하며 부의 편법 상속을 일삼는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 스스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기업만이 지속성장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