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정사상 처음 있는 국정파행 하루빨리 끝내라

입력 2013-02-26 18:23

정치력 발휘해 정부조직법 합의하고 새정부 출범시켜야

정부조직법 개정안 국회처리가 또 무산됐다. 지난 14일 1차, 18일 2차 처리시한을 넘긴 데 이어 26일에도 국회 본회의에 안건을 올리지 못한 것이다. 과거에도 새 정부 출범 이후로 국무위원 인선이 늦어진 경우는 있었지만 정부조직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장관을 임명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할 일은 많고, 갈 길은 먼데 새 정부는 출발선에 서지도 못한 꼴이다.

더욱이 취임식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이 이명박 내각과 함께 일해야 하는 기형적인 구조는 한동안 계속될 수밖에 없다. 다음 달 4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그 때부터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조직이 바뀌거나 신설되는 부처를 맡을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국민 행복’을 위해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대통령과 정부를 기대하고 있는 국민들이 한동안 정치권의 네 탓 공방과 입씨름만 지켜봐야 하는 답답한 상황이 된 것이다.

여야 협상의 마지막 걸림돌은 인터넷TV, 종합유선방송국(SO), 일반채널사업자(PP), 위성방송 등 비보도 방송 분야의 미래부 이전 문제다. 민주통합당은 방송 업무가 일부라도 방송통신위원회를 떠나는 것은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라는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드라마 만드는 데 여당과 야당이 어디 있는가”라며 언론의 보도기능을 방통위에 남겨둔 만큼 정치와 무관한 가치중립적 사업은 미래부로 이관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통합·육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주장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바꾸라는 것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여야는 이미 방통위를 중앙행정기관으로 유지키로 합의했고, 방송광고와 주파수규제 업무 이관 문제 역시 서로 양보해 결론을 맺은 상태다. ICT 산업 육성과 방송의 공정성·중립성 담보라는 대원칙에는 처음부터 공감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조차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의견이 다른 복잡한 사안에는 합의를 이뤄놓고 방통위의 뉴미디어정책과와 융합정책과를 어디로 보내느냐를 두고 ‘민주주의의 원칙’ ‘대통령의 국정철학’이라는 용어까지 동원하며 상대방을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여야는 이제 기세 싸움을 그만두고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는 정치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야당과의 진정한 소통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박 대통령은 당선 이후 지금까지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포용하고, 진솔하게 협조를 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박 대통령의 소신과 원칙은 통합을 위한 정치력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실현하기 어렵다. 동시에 민주당은 새 정부를 이끌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무회의가 무산되고,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임명장을 받지 못하는 국정파행 사태를 하루빨리 마무리 짓기 위해 박 대통령과 여야 모두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