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충희] 글로벌 스포츠로 비상한 태권도

입력 2013-02-25 19:25


지난 12일 스위스 로잔에서 태권도를 올림픽 핵심종목으로 유지한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우리 태권도인들이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인 노력의 결과이며, 스포츠외교의 쾌거였다. 런던올림픽 금메달 8개의 주인공은 모두 다른 나라였고 21개국이 최소한 메달 1개 이상을 획득했다. 이로써 세계 각국 태권도 선수단의 실력이 평준화됐음을 입증했고, 이번 결정에 큰 도움을 줬다.

채점방식도 최하 1점에서 4점까지 차등을 둠으로써 막판 역전승을 가능케 해 흥미와 긴장감을 더했다. 전자호구와 비디오판독으로 공정성도 끌어올렸다. 자국에 태권도 종목으로서는 첫 금메달을 안긴 영국의 19세 소녀 제이드 존스는 빼어난 실력과 출중한 외모로 일약 아이돌 스타가 됐다. 은메달을 딴 가봉 선수는 조국에 40년 만에 첫 올림픽 메달을 안겨 국민 영웅이 됐다. 전 종목 통틀어 단 3명의 선수만 파견한 아프가니스탄은 자국의 유일한 동메달을 태권도에서 따냈다. 태권도가 세계 젊은이들의 꿈과 비전을 이뤄주는 드림 스포츠가 된 것이다.

그간 태권도는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로, 외교적으로는 국가브랜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태극기가 게양된 도장에서 ‘차렷’ ‘바로’라고 구호를 외치며 태권도를 배우는 외국인들은 자연스럽게 한국을 좋아하게 됐다. 태권도는 한국이 작고 가난했던 시절 한국을 알리는 민간외교의 첨병이자 원조 한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에 3만여개의 도장이 있으며 태권도를 배운 후 청소년들의 생활태도와 학교 성적이 좋아졌다는 미담도 많다. 세계 각지에 파견돼 태권도를 보급한 1세대 사범들의 헌신과 노력이 전 세계 총 204개국에서 약 8000만명이 수련을 하는 오늘의 태권도를 만들어 냈으며, 이제는 명실상부하게 글로벌 스포츠 반열에 올랐다.

오늘날 태권도는 한류의 한 축으로 더욱 발전하고 있다. 해외공관의 공공외교 행사에서 태권도는 필수메뉴가 됐다. 국기원 시범단은 물론 TAL, K-tigers와 같은 퍼포먼스를 겸한 태권도 공연단은 각종 행사의 초청 1순위이다. 지난해 수교기념행사 등에서 이들은 가는 국가마다 수천명의 관중을 몰고 다니며 태권도 한류 바람을 일으켰다.

외국인들은 태권도를 통해 K팝과 한식, 나아가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알아가고 있다. 외국 태권도인들 중 많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한국산 TV, 스마트폰, 자동차까지 좋아하고 사용한다. 우리는 태권도를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외국에서는 한국을 알리고 좋아하게 만드는 부동의 국가브랜드다.

태권도는 승부를 넘어 정신수양과 예양을 강조하는 스포츠 플러스알파다. 올림픽 핵심종목 유지로 태권도가 세계인의 심신을 단련시키는 글로벌 사회스포츠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세계 각국의 학교 체육에 태권도를 포함시키고 더 많은 사범들의 양성도 필요하다. 태권도를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 제작도 필요하며 다양한 부가산업 콘텐츠도 개발해야 한다.

우리 시범단에 현지 태권도인을 참여시키는 혼성시범단 구성이 바람직하다. 이제는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것에서 같이 즐기는 쌍방향적 태권도 공동체 문화가 필요하다. 국가브랜드를 넘어 전 세계인의 삶의 일부가 되는 지속가능한 글로벌 스포츠로 거듭나야 한다. 우리 조상들이 심어놓은 예의와 겸양, 인내와 극기, 절제와 규율의 태권도 DNA가 전 세계인의 보편적인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고 젊은이들에게는 꿈과 비전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한충희 외교통상부 문화외교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