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근혜 대통령 성과로 답해야 한다
입력 2013-02-25 19:26
새 희망 시대 열려면 낮은 자세로 국정운영에 진력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제18대 대통령 취임사를 통해 국정운영의 얼개를 밝혔다.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문화융성을 이뤄내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게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 추진, 국민맞춤형의 새 복지패러다임 구축, 문화가 있는 삶,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진전, 깨끗하고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 실현 등이다. 박 대통령이 5년 임기 동안 역점을 둘 분야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단임 대통령이 임기 중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박 대통령은 약속과 원칙을 중시하는 만큼 취임사에 담긴 내용들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그 노력이 결실을 거두려면 국민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박 대통령이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이 선순환의 구조를 이루기 위해선 정부와 국민이 서로를 믿는 동반자의 길을 걸어가야만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국민들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점이다. 대통령부터 국민 곁으로 다가가야 한다. 박 대통령은 그 수단으로 ‘깨끗하고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 실현을 제시했다. 공직사회나 측근들의 부정부패를 근절하고, 학연이나 지연 등 사적인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능력을 중시하는 인사를 통해 국정의 효율성을 높이겠으니 믿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다짐을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도덕적으로 하자가 있거나 이념적으로 지나친 보수성향 인사들이 발탁되는 등 찔끔찔끔 이뤄진 소위 ‘밀봉인사’의 부작용이 드러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정학교 편중 현상도 다소 우려스럽다. 일부 국무위원 후보자의 경우 아직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조차 잡지 못한 실정이다. 박 대통령이 국민들의 응원을 받기 위해 해야 할 최소한의 일은 향후 인사에서 이 같은 우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나아가 박 대통령은 몸을 더 낮춰야 한다. 여느 대통령처럼 군림하려는 자세를 보여선 안 된다. 달이 차면 기울고, 정상에 오르면 반드시 내리막길을 걸어야 하는 게 세상 이치다. 온갖 고난을 헤치며 대통령이란 자리에 올라도 기쁨을 만끽할 순간은 짧고 혹독한 추위와 모진 비바람에 직면하기 십상이다. 당분간 ‘이명박 내각’과 동거해야 하는 박 대통령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인사 난맥상과 그에 대한 비판은 반성해야 할 대목임은 분명하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주어 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 때의 잡음들을 털어버리고 성과로 답해야 한다. 엄중한 경제·안보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국민들이 가질 수 있도록 국정운영에 온 정성을 쏟아야 한다는 얘기다. 조급증은 금물이다. 그래야 국민행복시대도, 국민대통합도 가능해질 것이다. 새 정부와 청와대에서 일할 모든 이들 역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에 전심전력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