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법권 침해 우려되는 노회찬 3·1절 특사 청원

입력 2013-02-25 19:19

야당 의원 80명이 노회찬 전 진보정의당 의원에 대한 3·1절 사면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지난 24일 국회에 제출했다. ‘안기부 X파일’이라는 도청 녹취록에 등장한 ‘떡값 검사’의 이름을 공개한 죄로 지난 14일 대법원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의 유죄 확정 선고를 받은 노 전 의원을 사면시켜 오는 4월 재·보궐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판결이 나온 지 불과 10일 만에 의원들이 사면을 요구한 것은 시기상으로 부적절할 뿐 아니라 사법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판결을 놓고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노 전 의원의 행동이 권력을 견제하고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취지였고, 의원직을 상실할 정도의 사안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유죄 판결을 내린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대통령에게 사면을 청원한 것은 입법부와 행정부가 힘을 합쳐 사법부 권한을 침해하자는 뜻으로 들릴 수 있다. 정치권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단행한 설날 사면을 놓고 사면권 남용이라고 맹비난했던 게 지난달 29일의 일이다. 당시 노 전 의원과 같은 당 소속인 서기호 의원은 “선고판결문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사면을 해버리면 뭣 하러 재판을 하느냐는 문제가 생긴다”고 개탄했다. 그러던 야당이 노 전 의원에 대해서만 예외 조치를 요구한 것은 제 식구를 감싸겠다는 진영 논리요, 이중잣대라는 비판을 받기 십상이다.

벌금형이 없는 통신비밀보호법의 처벌 규정이 과도하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지만 이는 도청으로 인한 피해가 그만큼 심각하다고 본 때문이다. 아무리 사회정의를 위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국회의원이 현행법을 어긴 것은 스스로 만든 법을 부정하는 행위다. 이에 대한 책임은 감수하는 게 당당하다. 노 전 의원이 모범적 의정생활로 시민단체가 주는 상도 여러 차례 받았으니 다시 기회를 줘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굳이 4월 재보선을 고집할 것은 아니며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의연하게 나아가는 것이 노 의원다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