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라톤에 마침표 찍지마라”… 102세 싱 은퇴경기서 10km 완주

입력 2013-02-25 18:30

“내 마라톤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올해 102세를 맞는 세계 최고령 남자 마라토너 파우자 싱(영국)이 은퇴 레이스에서 완주하며 길고 긴 철각 인생을 마무리했다. 싱은 24일 홍콩에서 열린 마라톤 10㎞ 레이스에서 1시간 32분 28초를 기록하고 결승선을 끊었다. 트레이드 마크인 노란색 터번을 쓰고 뛴 싱은 작년 기록보다 1분30초나 단축하며 식지 않은 열정을 보였다. 그는 자신을 응원하는 101명의 응원 부대와 함께 뛰며 인생 최후의 공식 레이스를 만끽했다. 싱은 레이스를 마친 뒤 “나는 이 날을 잊지 못할 것이다. 또 마라톤이 그리울 것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1911년 4월 1일생으로 곧 102번째 생일을 맞는 싱은 인도 펀자브 지역 출신 농민으로 1960년대 영국에 정착해 영국 국적을 취득했다. 취미로 마라톤을 즐기던 싱은 무려 89세이던 2000년 런던마라톤에서 장거리 레이스에 입문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싱은 당시 42.195㎞ 풀코스를 6시간 54분 만에 주파해 노익장을 과시했다. 이어 2003년 같은 대회에서 기록을 6시간 2분으로 줄였고, 92세이던 2003년 캐나다 토론토 마라톤에서는 5시간 40분이라는 믿기 어려운 기록을 세웠다.

이런 유명세에 싱은 2004년에는 꽃미남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 복싱의 전설 무하마드 알리와 함께 스포츠용품 제조업체 아디다스의 광고에 출연하기도 했다. 또 100세가 된 2011년 토론토 마라톤에서 8시간 11분 06초를 기록하고 마라톤 역사상 풀코스를 완주한 첫 100세 인간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하지만 싱이 최고령 마라톤 선수가 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기네스 위원회가 1911년 당시 인도에 싱의 출생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최고령 기록을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던 것. 그러나 1879년 인도 우르두어로 기록된 출생 기록이 지난해 발견되면서 싱은 2011년부터 세계 최고령 마라토너로 공인받았다.

싱의 레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이런 공식 대회에서의 달리기가 무척 그리울 것이다. 하지만 내가 원할 때 자선 경기에 참석해 또 달리겠다. 나이가 비슷한 다른 사람들도 같이 뛰었으면 좋겠다”고 노익장을 과시했다.

모규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