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헌신, 101년 숙원 풀어냈다… 스완지 리그컵 우승 이끌어

입력 2013-02-25 18:31

2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완지 시티와 브래드퍼드 시티의 2012∼2013 캐피털원컵(리그컵) 결승전. 미카엘 라우드럽 스완지 시티 감독은 “작은 동화와 큰 동화의 대결”이라고 했다. 작은 동화는 스완지 시티의 우승, 큰 동화는 4부 리그 브래드퍼드 시티의 우승을 뜻했다. 기성용(25·스완지 시티)의 ‘희생’이 있었기에 작은 동화는 5대 0이라는 해피엔딩을 맞았다.

기성용은 이날 중앙 미드필더가 아니라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장했다. 주전 중앙 수비수 치코 플로레스가 부상을 당하자 라우드럽 감독은 직접 기성용에게 그 자리를 맡아 달라고 말했다. 중앙 수비수로 변신한 기성용은 후반 17분 교체될 때까지 무실점으로 브래드퍼드의 공세를 막아내며 주어진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며칠 전부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 데다 TV를 보며 수비 자리에 서는 연구를 한 덕분이었다.

기성용은 경기 후 트위터를 통해 “낯선 자리였지만 또 다른 새로운 경험 너무 값지다. 어디서든 팀을 위해 희생한다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영국 스포츠 전문 매체 ‘스카이스포츠’는 기성용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을 잘 소화해냈다’며 평점 7점을 부여했다.

기성용이 후방을 든든히 지키자 스완시 시티 공격수들은 골 잔치를 벌였다. 전반 16분 네이선 다이어가 선제골을 터뜨리자 전반 40분엔 미추가 추가골을 넣었다. 스완지 시티는 후반 3분 다이어의 추가골, 후반 14분 조너선 데 구즈만의 페널티킥 득점, 후반 추가시간 데 구즈만의 쐐기골을 엮어 완승을 거뒀다.

지난 시즌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셀틱에서 정규리그와 컵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던 기성용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완지 시티로 이적한 첫 해에 캐피탈원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기쁨을 누렸다.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가 리그컵 결승에 출전해 우승의 영광을 안은 것은 2005∼2006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박지성(퀸스파크레인저스) 이후 기성용이 두 번째다.

1912년 팀 창단 101년 만에 메이저대회 정상에 오른 스완지 시티는 2013∼2014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진출권도 따냈다. 기성용은 “유로파리그가 기대된다”며 “이왕이면 강팀과 경기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