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클체인지업은 명불허전, 커브는 글쎄.’
24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시범 경기가 열린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랜치 스타디움. 다저스가 1억4700만 달러라는 거금을 주고 영입한 우완 에이스 잭 그레인키가 2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낸 뒤 류현진(25)이 마운드에 올랐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류현진이 처음 자신의 공을 관중에게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류현진의 필살기는 한화 시절 팀 선배 구대성으로부터 전수받아 5차례의 탈삼진왕을 만들어준 바로 그 ‘서클체인지업’이었다.
특유의 느릿느릿한 걸음걸이로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여유가 넘쳤다. 백업 포수 팀 페데로위츠를 앉혀놓고 힘차게 연습공을 뿌린 류현진은 8번 타자 블레이크 테코테를 맞아 첫 실전 투구에 나섰다. 첫 투구는 빠른 직구를 던진 류현진은 그 다음 공으로 특기인 서클체인지업을 뿌렸다. 테코테는 당황한 듯 방망이에 겨우 공을 맞췄지만 힘없이 투수 마운드 앞으로 굴렀다. 공 2개로 가볍게 첫 공식 경기 첫 타자를 범타로 잡아낸 류현진은 다음 타자 고든 블레이크에게 초구부터 직구 스트라이크를 꽂았다. 류현진은 세 번째 공으로 서클체인지업 던져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볼 하나를 더 던진 류현진은 또 서클체인지업을 구사했고, 블레이크의 방망이는 여지없이 헛돌았다. 첫 삼진이었다.
하지만 1번 타자 드웨인 와이즈를 상대할 때는 볼 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커브를 던졌지만 각도가 밋밋하게 꺾이며 포수 미트 한 가운데로 향했다. 블레이크가 강하게 당겨친 타구는 1루 베이스 옆을 총알같이 꿰뚫고 펜스까지 굴렀다. 메이저리그 공식 경기 첫 안타를 큼직한 3루타로 내준 류현진은 글러브로 허벅지를 때리며 아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래도 류현진은 침착함을 잊지 않고 다음 타자 제프 케핑거를 4구만에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 실점없이 1이닝을 마쳤다.
1이닝 동안 류현진이 던진 공은 모두 16개로 9개가 스트라이크로 판정받았다. 안타 1개를 내주고 삼진 1개를 곁들였다. 무결점 피칭은 아니었지만 무난한 데뷔전이었다. 류현진은 “체인지업은 다 만족할 정도로 들어갔다. 커브가 잘 안됐는데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클 체인지업(circle change-up)=중지와 약지, 새끼손가락 3개로 공을 잡고 엄지와 검지로 원(서클)을 만들어 옆에 붙이는 그립(사진)으로 공을 던지는 것이다. 스피드만 떨어진 채 직구처럼 날아오다 홈플레이트에서 갑작스럽게 뚝 떨어지는 상하 움직임이 위력적인 공이다. 류현진은 직구와 똑같은 폼에서 똑같은 궤적으로 서클 체인지업을 던지기 때문에 상대 타자가 현혹되기 쉽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명품 서클체인지업에 넋잃은 방망이, 메이저 정복 산뜻한 출발… 류현진 첫 시범경기 1이닝 무실점
입력 2013-02-25 1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