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장 ‘꽃’ 전쟁… 상인들 대학가 자리잡기 경쟁, 하루 전날부터 밤샘 대기해야

입력 2013-02-25 18:21


대학가 졸업식 시즌이 돌아오면서 대학 캠퍼스에는 때 아닌 ‘꽃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 불황에 ‘졸업 특수’를 노리는 꽃 상인들이 몰리면서 학교 앞이 온통 꽃으로 뒤덮이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신경전도 치열했다.

연세대와 이화여대 졸업식이 열린 25일 신촌 대학가는 전날부터 졸업식 꽃을 팔기 위해 자리를 맡아 놓은 진열대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지하철 2호선 이대역부터 이대 정문까지 약 300m 되는 거리를 따라 진열대가 끝없이 이어졌다. 이곳 역시 꽃 파는 자리를 미리 맡아놓기 위해 ‘꽃 파는 자리, 치우지 마세요’라고 적힌 박스와, 꽃다발이 꽂혀있는 거치대 등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길거리 벤치에도 ‘꽃’이라고 적힌 청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심지어 치우지 못하도록 거리 구조물에 진열대를 자물쇠로 단단히 고정해 둔 경우도 있었다.

지난 15일 졸업식이 열린 서울 상도동 숭실대 교정 앞에도 상인들이 꽃을 팔기 위해 전날부터 장사진을 쳤다. 전날 저녁 7시부터 자리를 지켰다는 송선자(62·여)씨는 “대학 졸업식마다 다니면서 꽃을 팔고 있는데, 수입이 제법 쏠쏠해 3년 전부터 장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리싸움도 치열했다. 정문 앞 바닥에는 ‘꽃’이라고 적어놓은 박스 조각이 여기 저기 붙어 있었고, 심지어 페인트 스프레이로 정문 앞 인도에 ‘꽃 자리’라고 써놓은 이도 있었다. 송씨가 벌어들인 돈은 15만원 남짓. 송씨는 “판매 경쟁이 치열해 전날부터 자리 맡기는 필수”라고 말했다.

상인들이 하루 전날부터 대학 주변 거리를 점령하다 보니 시민들의 불평도 나왔다. 대학가 주변은 평소 유동인구가 많은데 꽃 진열대까지 자리를 차지하면서 걸어다니기도 힘들 정도라는 것이다. 대학생 김설아(24·여)씨는 “가뜩이나 좁고 유동인구가 많은 신촌 대학가에 상인들까지 몰리면서 발 디딜 틈조차 없고 꽃 진열대를 고정해놓은 밧줄 때문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먹고살기 힘든 서민들이 장사를 하겠다는데 그런 불편은 감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