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곳마다 “박근혜” 연호… “성공한 대통령 돼달라” 기원

입력 2013-02-25 23:04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25일 시민들은 첫 여성 대통령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표시했다. 박 대통령은 서울 삼성동 집을 나와 국립현충원과 취임식장, 청와대에 도착할 때까지 검정 점퍼재킷→연한 카키색 재킷→한복 등 총 4벌의 옷을 바꿔 입으며 시민들과 하나가 됐다.

박 대통령은 오전 10시쯤 서울 삼성동 자택을 나오면서 주민들의 뜨거운 환송을 받았다. 200여명의 주민과 지지자들은 박 대통령이 검정색 점퍼 차림으로 대문을 열고 나오자 소형 태극기와 꽃다발을 흔들며 환호했다.

주민들은 아쉬움 속에 흰색 진돗개 강아지 두 마리를 박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박 대통령은 “(강아지를) 건강하게 잘 키우겠습니다”라고 감사를 표시했고, 답례로 인근 초등학교에 나무 한 그루를 선물했다.

주민의 환송에 일일이 눈을 맞추며 손을 흔들던 박 대통령은 전용차 문 앞에서도 10여초간 정지한 채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눴다. 이어 경호 차량의 호위 속에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방문했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박 대통령은 기다리고 있던 천안함 희생자 유족 등 보훈 가족 30여명과 일일이 악수했다.

취임식 장소인 국회의사당 주변은 이른 아침부터 차량이 통제된 탓에 출근 인파와 취임식 참석자들은 지하철에서 내려 여의도공원을 줄지어 걸어왔다. 시민 김수형(36)씨는 “새로운 대통령의 첫 출발을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박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했던 약속을 직접 듣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국회 정문 교차로 입구에는 태극기나 망원경, 핫팩 등을 파는 이들이 많았다. 태극기를 팔기 위해 오전 6시30분부터 자리를 지켰다는 김모(52)씨는 “손 태극기가 이렇게 많이 팔릴 줄 몰랐다”며 두툼한 지폐뭉치를 꺼내 보이기도 했다.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한 시민들은 주변에 설치된 대형화면 앞에 휴대용 매트를 펼치고 앉아 취임식을 지켜봤다. 카키색 상의를 입고 나타난 박근혜 대통령이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말하자, 시민들은 “박근혜”를 연호했다.

취임식을 마친 박 대통령은 예정보다 다소 늦은 오후 12시40분쯤 서울 광화문 행사장에 도착한 뒤 환영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광화문 광장 인근에 모인 시민들도 “파이팅” “박근혜 만세” 등을 외치면서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뜻깊은 순간을 기념했다.

서울 부암동에서 왔다는 오정익(68)씨는 “오늘은 대한민국의 큰 기쁨의 날”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내내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4시25분쯤 박모(54)씨가 “박정희 대통령이 생전에 타던 차”라며 서울 광화문 광장에 지게차를 이용해 캐딜락 승용차 한 대를 옮겨다 놓고 사라졌다. 이 차량은 녹이 슬어 있었고, 번호판에는 파란색 바탕에 봉황 두 마리와 무궁화가 새겨진 청와대 표장도 그려져 있다. 지게차가 광장 안으로 움직이는 과정에서 광장 가장자리에 설치된 유리 바닥이 일부 파손되기도 했다. 경찰은 이 차량을 옮긴 뒤 박씨의 행방을 찾고 있다.

신상목 김미나 김유나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