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산 생두 이탈리아서 로스팅 했다면… 행심위 “원산지는 伊” 판정
입력 2013-02-25 23:07
차류 수입업체인 S사는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스리랑카산 생두를 이탈리아에서 로스팅 가공한 뒤 볶은 커피를 수입해 그 원산지를 이탈리아로 표기해 판매했는데 이에 대해 세관이 원산지 허위 표시라며 898만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S사의 행정심판을 접수한 중앙행심위는 커피의 로스팅 가공은 커피 생두에 맛과 향을 가미하여 실질적으로 변형시킴으로써 고유의 특성을 부여하는 과정이고, 커피 생두는 로스팅 가공을 거친 후 제품 분류번호가 바뀐다는 점 등을 들어 과징금은 부당하다며 S사의 손을 들어줬다.
행정심판이 국민들의 권익구제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재판과 달리 비용이 들지 않는데다 처리 절차가 간단해 비교적 빨리 결과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심판은 행정기관이 내린 처분이 잘못된 것인지를 판단하는 준사법적 절차로 처분이 위법·부당한 것으로 결정되면 행정기관은 그 결정에 따라야 한다.
권익위는 2008년 2월 출범 이후 5년간 행정심판 13만4000여건을 처리했고 그 중 2만1000여건을 구제, 15.8%의 구제율을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같은 구제건수는 권익위 출범 이전에 비해 15%가량 증가한 것이며, 연평균 처리 건수 역시 출범 전에 비해 약 16% 늘었다. 행정심판 제기 후 결정통보까지 걸린 기간도 2007년의 경우 82일이었으나 지난해에는 70일로 단축됐다.
볶은 커피 원산지 문제 외에도 광주광역시 순환도로 건설과 관련하여 행정청이 공익을 위해 민간 투자회사에 내린 감독명령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결정, 군 복무 중 선임병의 상습적인 구타와 가혹행위로 자살한 경우 공무관련성을 인정한 결정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권익위는 설명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지방 거주민의 참여 확대를 위해 중앙행심위 상임위원이 지방을 순회하는 순회 구술청취를 확대하고 있다”며 “향후 온라인 행정심판 허브시스템을 구축, 인터넷에서 한 번에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