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18대 대통령 취임] 자연인 MB의 첫 날… 靑참모·‘낙천’ 친이계 불러 5년 소회
입력 2013-02-25 22:26
“너는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믿고 맡길 사람을 가졌는가, 너는 떠날 때 끝까지 너를 믿어줄 사람을 가졌는가.”
25일 0시부터 ‘현직’ 대통령에서 ‘전직’ 대통령이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날 낮 서울 논현동 사저 근처 한 막회식당에서 재임시절 청와대 핵심 참모들과 친한 정치인을 모아놓고 함석헌 옹의 ‘너는 가졌는가’라는 시 구절을 읽어 내려갔다.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은 이 한마디로 5년간의 소회를 대신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오전 일찍부터 평범한 하루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밝은 표정으로 담담하게 ‘자연인 이명박’의 첫날을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느 때처럼 오전 7시 전후 잠자리에서 일어나 아침 식사를 한 뒤 오전 10시 여의도 국회에서 대통령 이·취임식에 참석했다. 사저로 돌아온 이 전 대통령은 국정을 이끌며 생사고락을 함께한 인사들을 불러 오찬을 함께하며 담소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이춘석 이두아 이은재 강순규 전 의원 등 지난해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 친박근혜계 지도부로부터 줄줄이 낙천됐던 친이명박계 정치인들도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은 “오랜만에 사저로 돌아온 이 전 대통령은 앞으로 1∼2개월 휴식을 취하면서 지친 심신을 추스를 것으로 안다”면서 “이후 국가 선진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 대통령이 새 정부를 시작하는 마당에 당분간 일절 언론 접촉을 하지 않는 게 예의라고 이 전 대통령은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앞으로 개인 사무실을 차리고 전·현직 국가 정상급 인사나 기업인 등이 방문할 때 접견 장소로 활용할 방침이다. 한 측근은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가 아세안 국가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민주주의 포럼을 설치하려 한다”며 “잉락 총리 제안으로 이 전 대통령이 포럼 의장을 맡는 방안도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고 했다.
공을 들였던 그린란드 자원개발에 대해서도 이 전 대통령은 활동을 지속할 의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쿠픽 벤더제 클라이스트 그린란드 자치정부 총리는 지난해에 이어 한국을 다시 방문해 이 전 대통령을 접견하길 희망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전 대통령이 사재로 설립한 장학재단 ‘청계재단’과는 별도로 녹색성장 전략 실천을 위한 이른바 ‘이명박 재단’을 신설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재임 중 역점을 뒀던 4대강 사업이 결실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데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