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18대 대통령 취임] 33년 만에 靑으로… 직원들 파도타기 인사로 반겨

입력 2013-02-25 22:13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본관에 들어서며 앞쪽 천장을 지그시 올려다봤다. 직전 환영식에서 환하게 웃던 얼굴은 기쁨과 슬픔이 섞인 복잡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아버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어머니 육영수 여사와의 추억이 짙게 밴 청와대. 대통령의 딸로 유년기와 청년기 15년을 보냈던 그곳에 이제는 대통령 신분으로 돌아온 것이다. 1979년 11월 박 전 대통령의 서거(10월 26일)로 청와대를 떠난 지 33년3개월 만이다.

청와대 본관 2층으로 연결된 계단을 오르면서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눈빛에는 결연함이 묻어났고, 금색 꽃무늬 장식이 들어간 붉은색 두루마기를 걷어 올린 손에는 힘이 들어갔다. ‘영애 박근혜’로서 부모와 인사를 나눈 그는 집무실에 들어가기에 앞서 ‘대통령 박근혜’로 다시 돌아온 듯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 앞 분수대광장에서 청운효자동 주민들과 환영행사를 가지며 “감회가 새롭다. 감회가 깊다”고 소회를 밝혔다. 태극기를 흔들며 새 대통령을 맞이한 주민들은 전나무 묘목이 담긴 화분을 선물했다. 화분의 흙은 지난해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1월 27일 대전역 광장 유세에서 전국 17개 시·도의 흙을 섞는 합토식 때 사용된 것이다. 박 대통령은 “화분을 주신 것은 통합의 의미”라며 “그 뜻을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시 차량에 오른 박 대통령은 오후 1시10분 청와대 정문을 통과했다. 본관 앞까지 일렬로 늘어선 비서실 직원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고, 차량이 지나갈 때는 연쇄적으로 허리를 숙여 ‘파도타기 인사’로 박 대통령을 반겼다.

박 대통령은 꽃다발을 받은 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김행 대변인, 이정현 정무수석, 이남기 홍보수석,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최성재 고용복지수석 등 새로운 청와대 비서진과 차례로 악수하고서 본관 레드카펫에 첫발을 디뎠다. 김 실장을 비롯해 허태열 비서실장, 박흥렬 경호실장이 뒤를 따랐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도착하자마자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과 청와대 비서실장, 경호실장, 수석비서관 내정자 인사를 재가했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직제 신설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아 제외됐다. 이어 태국, 일본의 정상급 외빈과 만났다.

오후 4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취임 경축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잠시 외출한 박 대통령은 1시간 뒤 청와대로 복귀했고 중국, 칠레, 러시아, 싱가포르 외빈들을 상대로 ‘릴레이 취임식 외교’를 이어갔다. 영빈관에서 외빈들과 만찬을 가진 박 대통령은 취임 첫날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곧바로 쉴 수는 없었다. 안보, 경제 등 시급한 국내외 상황을 챙겨야 했다. 업무 인수인계, 비서관 인선 등 청와대 내부적으로 완료되지 않은 작업들에 대해서도 보고를 받았고 늦은 밤이 돼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