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18대 대통령 취임] “부강하고 행복한 나라 만드는데 모든 것 바치겠다”… 취임사로 본 국정 방향

입력 2013-02-25 22:15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취임사에서 “부강하고, 국민 모두가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국민 여러분과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위대한 도전에 나서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에 연설 말미에 등장한 한반도 평화까지 4대 국정 목표를 제시했다. 취임사 준비에 관여한 핵심 인사는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한강의 기적’이 ‘잘살아보세’라는 빈곤 탈피에 맞춰져 있었다면 두 번째 기적은 부강하고 국민이 행복하며 문화가 꽃피는 사회를 신뢰받는 정부와 책임감 있는 국민이 손잡고 이뤄내자는 의미”라며 “그런 설계도 위에서 취임사가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부흥=박 대통령은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통해 경제부흥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는 과학기술과 산업이 융합하고, 문화와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 간 벽을 허문 경계선에 창조의 꽃을 피우는 것”이라며 “기존의 시장을 단순히 확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융합의 터전 위에 새로운 시장,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창조경제를 위한 과학기술과 IT산업을 강조하며 미래창조과학부가 이를 선도할 것이라고 했다. 신설 부처인 미래부가 박근혜 행정부의 ‘심장’이 될 것을 예고하며 힘을 실어준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각종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고 과거의 관행을 고쳐 경제 주체들이 각자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짧게 언급했다.

◇국민행복=박 대통령은 “노후가 불안하지 않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진정한 축복이 될 때 국민행복 시대는 만들어진다”며 ‘국민 맞춤형의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을 강조했다. 국민 개인이 각자의 꿈을 이루고, 이런 국민의 능력을 주춧돌 삼아 국가가 발전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며 교육에 무게를 실었다. 학벌과 스펙 대신 소질과 능력 위주의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대선 기간 성폭력·학교폭력·가정파괴범·불량식품 등 ‘4대 악’ 척결 의지를 피력하며 내세웠던 ‘안전한 사회’ 화두도 제시했다. 또 “공정한 법이 실현되고 사회적 약자에게 법이 정의로운 방패가 되어주는 사회를 만들겠다”면서 법질서 바로 세우기를 주요 과제로 삼고 있음을 시사했다.

◇문화융성=박 대통령은 “21세기는 문화가 국력인 시대이고, 개인의 상상력이 콘덴츠가 되는 시대”라며 문화를 국정과제의 주요 축으로 부각시켰다. ‘문화와 첨단 기술이 융합된 콘텐츠산업을 통해 창조경제를 견인할 수 있다’는 산업적인 측면과 더불어 ‘문화의 향유’라는 삶의 질적인 측면을 함께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문화의 가치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지역과 세대와 계층 간 문화격차를 해소하고 생활 속의 문화, 문화가 있는 복지, 문화로 더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화융성’은 박 대통령이 직접 찾아낸 표현이다. 이를 통해 문화 분야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한반도 평화와 안보=3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을 향해서도 메시지를 내놨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은 민족의 생존과 미래에 대한 도전이며, 최대 피해자는 북한이 될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북한은 하루 빨리 핵을 내려놓고 평화와 공동발전의 길로 나오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로 통일시대 기반을 만들고자 한다”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규범을 준수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행복의 차원에서 한반도 행복을 언급하며 이를 위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4강 국가를 비롯해 아시아·대양주 역내 국가들과의 신뢰 구축을 강조했다.

◇한국이 새로운 롤 모델=박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우리가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방향을 잃은 자본주의’의 새로운 모델을 국제사회에 제시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강한 의욕도 드러냈다. 그 목표를 이룰 양대 주체로 ‘신뢰받는 정부’와 ‘책임 다 하고 배려하는 국민’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국정 책임은 대통령이 지고, 나라의 운명은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라며 “정부와 국민이 서로 믿고 신뢰하는 동반자의 길을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깨끗하고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를 만들어 국민의 신뢰를 얻겠다고 약속하는 동시에 국민의 협조를 당부했다. 늦가을 까치밥으로 몇 개의 감을 남겨두는 전통까지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도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뿐만 아니라 공동의 이익을 위해 같이 힘을 모아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계와 품앗이라는 공동과 공유의 삶을 살아온 민족으로서 그 정신을 되살려 책임과 배려가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대선 기간 강조해 왔던 국민대통합에 대한 메시지나 정치개혁 등 역대 취임사의 단골 레퍼토리는 눈에 띄지 않았다.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비전이 안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측근은 “임팩트 없이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기보다 대통령이 확실히 챙길 것들을 전달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