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18대 대통령 취임] 20분간 짧고 단호하게… ‘국민’ 단어 57번이나 사용

입력 2013-02-25 18:40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취임사에서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을 3대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대선 공약을 중심으로 한 간결하고 단호한 취임사였다. 연설 시간은 20분으로 역대 대통령과 비교하면 절반에 가깝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36분, 노무현 전 대통령은 27분간 취임사를 했다.

박 대통령의 취임사 제목은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 실무진이 작성한 초안의 흔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박 대통령이 직접 일일이 고쳤다고 한다. 3대 핵심 키워드도 직접 고른 것이다. 글자 수는 약 5300자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역대 취임사와 다른 점은 ‘문화’를 3대 국정운영 축으로 올린 점”이라며 “박 대통령은 문화가 우리나라 미래에 대단히 중요하며, 문화가 창조경제의 핵심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화’란 단어는 19번 언급돼 ‘행복’(20번), ‘경제’(19번) 등과 비슷한 비중을 기록했다. 새로운(14번), 희망(9번), 꿈(7번) 등 희망적 메시지도 곳곳에 담겼다. 최근 북한의 3차 핵실험을 반영해 북한(5번)과 북핵(4번) 등의 단어도 자주 쓰였다.

경제부흥을 강조한 것은 5년 전과 비슷하다. 하지만 방법론이 다르다. 이 전 대통령이 규제완화 및 감세정책을 통한 ‘기업 프렌들리’를 강조했다면 박 대통령은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연계한 ‘창조경제’에 무게를 뒀다. 특히 박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산인 ‘한강의 기적’을 4번이나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2003년 취임사에서 개혁과 통합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외환위기와 함께 취임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난극복과 국민화합을 역설했다. 문민시대를 내건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신한국’을 12번이나 언급했다.

마지막 군사정권인 노태우 전 대통령은 ‘보통사람’를 강조했고, 과거 대통령들이 사용한 ‘본인’ ‘나’라는 표현 대신 ‘저’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12·12 쿠데타로 등장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부정부패 척결을 주장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경제근대화를 중시했고, 초대 이승만 전 대통령은 건국이념에 충실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민’이라는 단어를 57번이나 사용했다. 역대 대통령들도 취임사에서 이 단어를 가장 애용했다. 사회·정부·세계·시대·경제란 단어도 자주 언급되곤 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국민’과 뜻이 비슷한 ‘사람’ ‘백성’ 등이 자주 등장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