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황홀] 내 나이 스물하고 하나였을 때 (When I Was One-And-Twenty)

입력 2013-02-25 18:40

When I was one-and-twenty

I heard a wise man say,

“Give crowns and pounds and guineas

But not your heart away;

Give pearls away and rubies

But keep your fancy free.”

But I was one-and-twenty,

No use to talk to me.

When I was one-and-twenty

I heard him say again,

“The heart out of the bosom

Was never given in vain;

'Tis paid with sighs a plenty

And sold for endless rue.”

And I am two-and-twenty,

And oh, 'tis true, 'tis true.

내 나이 스물하고 하나였을 때

어떤 현자가 말했답니다.

“돈이야 은화든 금화든 다 주어도

네 마음만은 주지 말아라.

보석이야 진주와 루비는 모두 주어도

네 순수한 마음만은 잃지 말아라.”

그러나 내 나이 스물하고 하나였으니

아무 소용없는 말이었답니다.

내 나이 스물하고 하나였을 때

그 현자가 또 말했답니다.

“가슴 밑바닥에서 나오는 마음은

그냥 주는 것이 아니란다.

그 사랑은 수많은 한숨과

끝없는 후회 속에서 얻어진단다.”

지금 내 나이 스물하고도 둘이 돼서야

그것이 진리인 줄을 알게 됐답니다.

앨프리드 하우스먼(A. E. Housman 1859∼1936)


영국 옥스퍼드대를 졸업하고 23세에 특허국의 관리가 된 이후 야간에 대영박물관에서 11년간 독학한 하우스먼. 제1급의 고전학자로 인정받아 런던대와 케임브리지대에서 라틴문학을 가르쳤다. 그가 남긴 간결하고도 고전미 넘치는 150여편의 서정시는 시공을 넘어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우스먼의 소박한 시는 그 자체로 스토리텔링이다. 아무런 비평이나 해설을 곁들이지 않아도 애인이 살포시 던져주는 사과 한 알처럼 독자들의 손에 실감 있게 잡힌다.

“사랑에 조심하여라. 쉽게 고백하면 안 된단다.” 그런 현자의 말씀은 아무 소용없다. 스물한 살이 아니라 스물두 살이 됐더라도 말이다. 사랑이란 참을 수 없고, 운명적으로 뒤늦게 후회하는 것. 그러니 이 시의 결론은 ‘마음껏 사랑하라’는 것? ’tis는 it is의 줄임.

임순만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