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병권] 탐욕

입력 2013-02-25 18:40

좀 있으면 우리나라에서 한 계절을 보낸 겨울철새가 머나먼 시베리아로 날아간다. 철새들은 수만㎞를 날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러 먹이를 적게 먹어 몸무게를 줄이는 것은 기본이다. 수시로 나는 연습을 해 날개근육도 강화한다. 이 결과 준비가 잘 된 새는 무사히 시베리아에 도착하지만 준비가 부족한 절반은 절반도 못가고 도중에 지쳐서 죽는다.

마라톤 완주를 위해서는 몸무게를 적어도 70㎏ 이하로 만들어야 한다. 스포츠 생리학자들의 연구 결과 이 정도 이하로 줄이지 않으면 42.195㎞를 완주하기 힘들다고 한다. 물론 시간제한이 없다면야 몸무게와 관계없을 것이지만. 우승한 마라토너들이 가장 힘든 연습 과정으로 식이요법을 꼽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처럼 큰 꿈을 위해서는 평소 생활습관을 잘 들여 절제의 미덕이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 준비 잘한 도요새는 그 작은 몸에도 쉬지 않고 무려 1만㎞나 날 수 있다고 한다.

현직에서 물러난 뒤 대형 로펌에 들어가 무엇을 했는지도 분명하지 않은데 단기간에 몇 억원씩을 불린 인사들은 욕심을 참지 못한 인사들이다. 설마 자기에게 장관 제안이 올 줄은 감히 상상도 못하고 몸을 함부로 놀리다 뒤늦게 변명하는 모습은 보기에도 안쓰럽다.

우리 선조들은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자리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분수에 넘친 생각은 헛되이 정신을 상하게 할 뿐이고, 허망한 행동은 화만 부른다고 했다. 명심보감 안분(安分)편에 나오는 말이다. 자기 분수와 밥그릇 크기를 알라는 말 아니겠는가. 이뿐이랴. 주역에 나오는 항룡유회(亢龍有悔)란 말은 감도 안 되는 사람이 너무 높이 올라가면 회한만 쌓인다는 뜻이다.

고위 검사 출신의 변호사나 4성 장군 출신의 예비역 장성이나 하나같이 봉사의 경력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길이 없고 치부의 흔적만 난무하는 이런 현실은 이제 사라질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스스로 눈을 감고 생각해 보아 준비가 되지 않았으면 점잖게 거절할 줄 아는 미덕도 필요한 것 아닌가.

자기 분수에 맞지 않는 헛된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모습은 남 보기에도 좋지 않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다 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자기 혼자 억울하다고 외쳐봐야 자신의 영혼에 깊은 상처만 생길 뿐이다. 마땅히 그쳐야 할 때 그친다면 일생 동안 부끄러움이 없고, 욕심 내지 않고 작은 일에 만족하면 욕됨이 없을 것이다.

박병권 논설위원 bk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