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교계 최초 ‘순직’제도 만든다

입력 2013-02-25 12:10

지난해 8월 12일, 조원준(36·부산 안락교회 파송) 필리핀 선교사는 300명분의 빵을 사들고 현지인 청년과 함께 주일예배 인도를 위해 마닐라 북쪽 람느히 교회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폭우로 갑자기 불어난 강물에 휩쓸리면서 목숨을 잃고 말았다. 파송 교회는 소속 교단(예장통합) 총회에 이같은 내용을 담아 ‘순교자 지정 청원서’를 최근 제출했다. 하지만 총회에서는 순교인지, 순직인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조 선교사는 순교자일까, 순직자일까.

예장통합총회는 이같은 문제에 대한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교계 처음으로 순직자 제도를 도입키로 하고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다.

통합총회 순직자심사위원회 위원장인 이상섭(서울광암교회) 목사는 25일 “최근 첫 회의를 열고 1차적으로 순직자에 대한 규정을 만들었다”면서 “순직자 심사와 절차에 관한 규정을 다듬는 과정을 거쳐 이르면 올해 연말부터 시행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가 규정으로 마련한 순직은 복음을 전파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거나 타인의 불법행위로 입은 사고 또는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발생한 사망, 재난현장에서 재해구호를 하거나 이에 준하는 행위로 말미암은 사망 등이다.

이 위원장은 “복음을 전하다 박해를 받아 목숨을 잃은 순교와 달리 직무(목회)에 임하다 사망하는 ‘순직’에 대한 개념 설정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에 대한 개념 설정과 규정 마련에 대한 요청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고 순직 제도에 대한 필요성을 설명했다. 현재 통합총회에만 순교인지, 순직인지 판단해달라는 청원서가 5건이 제출돼 있는 상태다.

전체 9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접수된 순교자 지정 청원서를 1·2분과별로 나눠 현장 및 서면조사를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한다. 이어 교수와 현장사역자 등 전문위원들이 참여해 최종적으로 순직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순직자로 지정이 되면 총회 순직자 명단에 등재되며, 총회장 명의의 순직자 증서가 수여된다. 이어 순직자가 속한 노회별로 예우방안 등이 마련된다. 이 위원장은 “순직자 선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공정성”이라며 “타 교단에서도 본 교단의 순직 제도를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꼼꼼한 제도를 만들도록 힘쓰겠다”고 설명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