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어부지리로 LPGA 시즌 첫승 낚았다

입력 2013-02-24 23:40


태국 촌부리 시암 골프장 파타야 올드 코스(파72·6469야드)에서 24일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혼다 LPGA 타일랜드(총상금 150만 달러) 대회 최종 4라운드.

마지막 18번홀(파5)을 앞두고 우승은 태국의 신예 아리야 주타누가른(18)이 손쉽게 가져갈 것으로 보였다. 12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기록하는 등 17번홀까지 2위 박인비(25)에게 2타 차 선두를 달려 보기만 기록해도 태국 선수로는 최초로 LPGA 투어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었다.

하지만 18번홀에서 대반전이 일어났다. 주타누가른의 두 번째 샷이 그린 오른쪽 앞 벙커에 들어간 게 시발점이었다. 공이 잔디와 모래의 경계에 단단히 틀어박혀 도저히 세 번째 샷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주타누가른은 언플레이어블을 선언, 1벌타를 받고 벙커 안에서 드롭후 네 번째 샷을 날렸다. 그러나 이 샷이 그린을 넘기면서 이상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린 밖에서 퍼터를 꺼내 든 주타누가른은 긴장한 탓인지 짧은 퍼트로 공을 그린 위로 보내지도 못했고 결국 여섯 번째 샷 만에 공을 홀 1m 거리에 붙였다. 더블보기 퍼트에 성공해야 박인비와 연장에 들어갈 수 있었던 그는 결국 부담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더블보기 퍼트는 홀 컵 왼쪽을 맞고 오른쪽으로 튕겨 나갔다. 트리플보기. 박인비가 어부지리로 시즌 첫 우승컵을 낚는 순간이었다. 홈 코스인 태국 갤러리들의 한숨 속에 18세의 주타누가른은 결국 눈물을 떨궜다.

연장전에 대비하려던 박인비는 뜻하지 않은 우승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한 타차 역전 우승이었다. 박인비는 “믿을 수가 없다. 우승을 기대하지 않았다. 선물을 받은 것 같다”며 “이제 자신감이 많이 생길 것 같다”고 기뻐했다.

지난해 LPGA 투어 상금왕인 박인비는 이 대회 우승 상금 22만5000달러(약 2억4000만원)를 받아 올해도 상금 선두로 나섰다. 또 지난주 개막전으로 열린 호주여자오픈에서 신지애(25·미래에셋)가 우승한 데 이어 박인비마저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코리안 시스터스’가 시즌 초반 2개 대회를 휩쓸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