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액션 ‘전설의 주먹’ 촬영 마친 강우석 감독 “새 영화 ‘강우석 살아있네’ 評 들었으면…”
입력 2013-02-24 19:35
지난해 ‘도둑들’과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이어 올해 ‘7번방의 선물’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 ‘꿈의 관객’ 1000만 돌파는 ‘실미도’(2003) 이후 ‘태극기 휘날리며’(2004) ‘왕의 남자’(2005) ‘해운대’(2009) 등으로 이어졌다. ‘실미도’를 기점으로 한국영화 흥행을 이끌어온 강우석(50) 감독을 지난 22일 서울 충무로 시네마서비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1993년 강우석 프로덕션(시네마서비스의 전신) 설립으로 영화사업을 시작한 지 20년을 맞은 강 감독은 4월 개봉 예정으로 ‘전설의 주먹’ 촬영을 끝내고 후반작업 중이다. 그는 “요즘 한국영화 잘 나가는데 정말 기분 좋다. 유능한 후배(감독)들이 많이 나오고, 관객층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넓어진 데다 영화 관람이 문화생활로 자리 잡은 게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7번방의 선물’ 흥행에 대해 그는 “사는 게 팍팍하고 살벌한 세상에서 뭔가 좀 훈훈한 이야기를 찾는 사람들에게 실컷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주는 식으로 타이밍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몇 년간 ‘추격자’ ‘도가니’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를 봤는데 다 좋더라. 할리우드의 과도한 액션에 질린 관객들이 우리 정서가 담겨 있는 한국영화로 발길을 돌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1∼2주 만에 반짝하고 막 내리거나 한 달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국내 영화계의 배급 시스템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투캅스’의 경우 단관 개봉해 극장을 서서히 확대하고 지방 상영까지 6개월이 걸렸어요. 요즘은 영화가 돈이 되지 않으면 금세 치워버리는 무슨 상품 같아요. 좀 길게 상영하면서 애장품을 꺼내보듯 감상하는 것도 필요한데….”
황정민 유준상 윤제문 등 연기파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19번째 신작 ‘전설의 주먹’ 이야기를 꺼내자 강 감독은 자신감을 보였다. “고교 시절 ‘짱’이었던 3명이 40대 중반이 돼 파이트 쇼를 벌이는 스토리예요. 10년 전의 ‘실미도’나 20년 전의 ‘투캅스’처럼 내 몸에 잘 맞는, 웃음과 액션을 버무린 강우석 스타일의 작품입니다. 젊은이들이 많이 보고 ‘강우석 살아있네∼’라고 한다면 좋겠어요.”
관객 수가 공식 집계된 ‘공공의 적’(2002)부터 ‘글러브’(2011)까지 그의 작품을 본 이는 3390만명으로 국내 감독 중 최다 기록이다. 그렇다면 ‘전설의 주먹’ 흥행 예상은? “95억원을 들였으니 320만명이 보면 손익분기점이 돼요. 크게 욕심 내지 않고 이익을 남겨 다음 영화를 찍을 수 있을 정도, 500만명만 든다면 더 바랄 것도 없어요.”
‘전설의 주먹’ 이후 20번째 영화를 벌써 구상 중이라는 그는 “역대 출연진 가운데 가장 잘 맞는 배우를 꼽아 달라”는 주문에 “안성기 박중훈 설경구를 빼놓을 수 없다”고 답했다. “하정우 송중기와도 해보고 싶다”는 강 감독은 “황정민은 정말 성실하고 좋은 배우다. 그가 출연한 ‘신세계’가 잘 돼야 ‘전설의 주먹’도 탄력을 받을 수 있으니 많이들 보시라”며 웃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