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靑떠나기 직전까지 정상외교 ‘빼곡한 일정’… 靑직원들 ‘이명박 팡파르’ 환송

입력 2013-02-24 16:35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오후 4시25분쯤 청와대를 떠나 서울 논현동 사저로 돌아갔다. 이날도 외국 정상을 접견하는 등 바쁜 일정을 시간 단위로 소화했다. “5년 임기 마지막 날까지 일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던 말대로 일정표는 평소보다 더 빼곡했다.

◇마지막 날도 정상외교=이 대통령은 오전 9시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초대 의장인 라르스 뢰켄 라스무센 전 덴마크 총리를 접견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치적 중 하나인 GGGI 설립에 적극 협력한 공로로 라스무센 의장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뒤이어 류옌둥(劉延東)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을 만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친서를 전달받았다. 후 주석은 “이 대통령 재임 5년 동안 양국 관계가 격상됐다.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가 구축돼 정치·경제·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교류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류 위원과는 북한 정세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오후 3시에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방한한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를 만나 12조원에 달하는 태국 물 관리 사업의 한국 기업 수주 문제를 협의했다. 청와대를 떠나기 1시간25분 전이었다.

◇청와대 환송, 사저 주민들 환영=5년 전 취임 첫날을 국립서울현충원 방문으로 시작한 이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날에도 현충원을 참배했다. 이 대통령은 방명록에 ‘수도선부(水到船浮·물이 차면 배가 떠오른다). 더 큰 대한민국, 국민 속으로’라는 글을 남겼다. 욕심 부리지 않고 기다리면 큰 일이 이뤄진다는 의미로, 국가의 결실을 국민이 많이 나눌 수 있도록 하자는 뜻이라고 한 참모는 전했다.

오후 3시40분 청와대 본관 앞 대정원에서는 길 양옆으로 늘어선 직원들이 떠나는 이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에게 박수를 치며 환송했다. 이 대통령 옆에는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눈에 띄었다. 이 대통령이 승용차 편으로 사저를 향해 출발하려는 찰나 직원들이 이른바 ‘이명박 팡파르’를 합창하며 꽃다발을 전달했다. 이 대통령은 “사랑합니다”는 말과 함께 손을 흔들며 승용차에 올랐다. 논현동에 도착하자 사저 주변에는 1000여명의 주민들이 몰려 이 대통령이 200여m를 걷는 데 30분 가까이 걸리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사저 담 옆 작은 연단에 올라 “여러분이 있어서 저는 너무나 행복하게 일했다. 이 대한민국은 위대한 국가이고, 여러분은 위대한 국민”이라고 말했다. 옆에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새누리당 주호영 심윤조 의원, 안상수 전 대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등이 자리를 지켰다. 저녁에는 전·현 참모진과 사저에서의 첫 식사를 함께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자정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공식 임기 종료 시점인 자정까지 국가 정상으로서 사저에 마련된 국가지휘통신망을 통해 긴급한 안보 상황에 대비해야 했다. 자정 직전 안광찬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장으로부터 마지막 보고를 받고야 ‘국정 최고 책임자, 국군 통수권자’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