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中企 절반 환율 관리 무방비

입력 2013-02-24 19:06


중소기업들이 ‘환율의 덫’에서 쉽사리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원고현상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중소기업 중 절반은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 달러에 이어 엔화까지 급락하자 뒤늦게 허둥지둥 대비책을 찾는 모습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정부 및 주요 금융기관들의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수출 중소기업의 46%만 환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이 가운데 선물환 거래나 환 변동보험 가입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환율 관리에 나선 기업은 33%에 그쳤다.

환율 관리는 소규모 기업일수록 더욱 부실했다. 연간 500만 달러 이상을 수출하는 기업은 58%가 환 위험을 관리했다. 500만 달러 미만인 기업은 27%만이 환율 변동에 대비하고 있었다.

중소기업들이 환 위험관리에 소극적인 건 ‘키코(KIKO)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키코는 중소기업들이 환율 하락을 헤지하기 위해 가입했던 통화옵션 상품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약정금액 상한을 넘어 이 상품에 가입했던 중소기업들은 막대한 환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가 예상되면서 원고현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부랴부랴 환율 관리에 나서고 있다. 특히 키코와 달리 안정적인 환 변동보험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환 변동보험은 수출입에 따른 거래금액을 특정 환율에 고정해 환율변동에 따른 손익을 제한하는 상품이다.

지난달 무역보험공사의 환 변동보험 가입액은 3060억원으로 지난해 12월 1414억원의 배가 넘었다. 환 변동보험의 지급액도 지난해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대폭 늘어났다. 보험금 지급은 지난해 1월 22억2000만원, 2월 21억5000만원 수준에서 지난해 말 71억5000만원으로 뛰어올랐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천대중 연구원은 “정부·유관기관·은행들이 정보와 인력면에서 열세에 있는 영세 중소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들 기업의 환 위험을 공동 관리할 수 있는 프로세스 등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