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만에 폐지되는 대검 중수부… 부정부패 수사 약화 우려, 檢 내부 ‘제2 중수부론’ 모락
입력 2013-02-24 18:58
박근혜 정부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연내 폐지 방침을 확정함에 따라 앞으로 중수부를 정점으로 한 기존 특수수사 체제가 어떻게 개편될지 주목된다. 검찰 관계자는 24일 “인수위원회가 중수부 폐지 방식, 신설 부서, 기능 대체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까지 밝히지는 않았다”며 “(중수부 폐지와 관련) 논의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현재 가장 많이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강화하거나 서울고검 산하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대검 중수부 역할을 맡기고, 대검에는 수사기능이 없는 관리 부서를 신설해 이들을 지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현 중수부 시스템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 오히려 지휘체계만 더 늘어나는 비효율적인 수사 구조가 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 외부의 부당한 수사 개입을 막기 위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도권 차장급 검사는 “승진을 앞둔 서울중앙지검장이 외부의 수사 압력에서 자유롭기 쉽지 않다”며 “인사와 수사의 독립 문제가 보장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중수부를 대체하는 새로운 부패 전담 부서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제2의 중수부론’이다. 한 전직 중수부장은 “특별수사의 독립성, 전문성을 확고하게 보장받으면서도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부패 수사를 맡는 대안 부서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어디에 두고, 어떻게 운영할지 검토하는 게 올해 검찰의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수 대검 중수부장은 지난 22일 검찰 내부 게시판에서 “중수부 폐지가 부정부패 수사의 공백이나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특별수사체제 개편 과정에 지혜와 정성을 모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수부를 폐지하더라도 기존 특수수사 역량을 유지하는 수준의 체제 개편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검찰권 견제를 위해 대선 공약으로 발표됐던 특별감찰관과 상설특별검사 신설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수사 정확도와 효율성이 낮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수사기관이 아닌 특별감찰관과 특검은 구체적인 범죄 단서보다는 제보 등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검찰은 대기업의 수상한 자금흐름 수사 중 권력 실세 연루 단서인 ‘물증’을 포착해 대어를 낚는 경우가 많았다. 내부 제보만으로는 기대했던 효과를 얻기 어려운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수위가 연내 중수부 폐지를 확정했지만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한 현직 검사장은 “그동안 대형 사건이 터졌을 때 해당 사건을 서울지검이나 지방에 맡기면 정치권은 ‘수사 의지가 있느냐’고 검찰을 닦달했다”며 “중수부가 완전히 폐지되기 전 대형 사건이 터지면 대형 부패 범죄에 대한 수사 요구가 강해질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보면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주화 지호일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