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기금 대상 홀쭉해 질 듯… 수혜자 50만명선 유력

입력 2013-02-24 19:06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국민행복기금의 수혜자로 1년 이상 빚을 못 갚은 장기연체 채무자가 떠오르고 있다. 은행 등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장기 연체자는 50만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당초 박 대통령이 빚 탕감을 약속했던 322만명과 비교하면 대상자가 7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금융위원회는 조만간 원리금 상환이 1년 넘게 중단된 금융권 신용대출 규모를 파악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21일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국민행복기금으로 매입할 부실채권 대상으로 장기연체 채무자를 지목했었다. 국민행복기금 수혜자가 1년 이상 빚을 못 갚은 신용대출자로 좁혀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은행 등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무담보로 대출을 받은 뒤 50만원이 넘는 빚을 1년 이상 갚지 못한 개인은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48만명이다. 3개월 이상부터 6개월 미만 연체자는 23만명, 6개월 이상부터 1년 미만 연체자는 24만명이다.

연체 기간이 7년을 넘어 은행연합회에 자료로 남아 있지 않거나 대부업체 등 비제도권 금융회사에 빚을 지고 연체기간이 1년 이상인 사람을 합치면 대상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상당수가 제도권 채무자와 동일인인 현실을 감안하면 전체 장기연체 채무자는 50만∼60만명 정도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이 모두 국민행복기금으로 혜택을 보더라도 수혜자는 애초 공약에서 밝힌 규모의 20%가 안 된다. 새누리당 대선 공약집에 명시됐던 부실채권 매입 대상은 322만명이었다. 개인과 법인을 모두 합친 제도권 금융채무 불이행자(3개월 이상 연체자) 126만명보다 2.6배 많은 규모다. 이 때문에 당초 3개월 미만 연체자도 지원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새 정부가 수혜자를 축소한 것은 도덕적 해이나 형평성 논란이 부담스럽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동안 단기 연체자까지 구제해주면 채무상환 의지가 약해지고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빚을 성실하게 잘 갚는 채무자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일단 국민행복기금 수혜자를 1년 이상 연체자로 한정하면 공약대로 채무의 최대 70%를 면제해주더라도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부실채권을 시장가격으로 사면 원리금의 10%도 안 되기 때문이다. 1년 이상 연체된 무담보 신용채권은 은행 회수가 불가능에 가깝기에 5% 이하의 금액으로 매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으로서는 애초 공약이 부풀려졌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수혜 대상을 장기 연체자로 좁히더라도 도덕적 해이나 형평성 논란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