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까지 술집 드나들려 주민증 위조… 2009년부터 2012년 8월까지 학생 5940명 검거

입력 2013-02-24 18:58

고등학생 이모(17)군은 최근 인터넷에서 ‘민증(주민등록증) 티 안 나게 고치는 법’을 검색했다. 순식간에 100여개의 관련 게시글을 검색할 수 있었다. 이군은 24일 “반 친구들 절반 정도가 위조 주민등록증을 갖고 있다”며 “위조 주민증이 있으면 술집 출입도 가능하기 때문에 한 개 정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중학생 김모(15)군은 “학교에서 잘나가는 애들은 모두 위조 민증을 가지고 있다”며 “(위조 민증이 있는 애들은) 담배나 술 구입에 실패한 적이 없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위조 주민증 소지가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2년 8월까지 총 5940여명의 청소년이 신분증 위조로 검거됐다. 적발 건수는 2009년 1452명에서 2011년 1503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는 8월까지 1478명이 검거됐다.

위조 방식은 청소년 본인 신분증의 생년월일 숫자를 바꾸는 방법이 주로 이용된다. 예를 들어 1998년에 태어난 청소년이 주민등록번호 제일 앞자리 ‘9’를 긁어내고 판박이로 숫자 ‘8’을 새겨 넣는 식이다. 타인의 주민등록증에 자신의 사진을 붙이기도 한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주민등록증이 1만∼2만원에 거래된다. 신분증 위조 업자들이 학생들에게 10만원 이상 받고 신분증을 만들어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청소년들의 위조 신분증 때문에 업주들도 골치다. 위조 신분증에 속은 업주들도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영업정지 등의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서울 신림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모(45)씨는 “어려보이는 학생들이 정교하게 위조한 신분증을 보여주면서 성인이라고 우기면 마땅히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만약 위조 신분증이 의심되면 국번 없이 1382번으로 전화해 주민등록번호와 주민등록번호 발급 일자를 입력하면 위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주민등록증 위조 범죄에 대해 무감각하다는 점이다. 실제 청소년들이 주 회원인 카페 등에는 ‘신분증을 위조해도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처벌이 가볍다’는 글들이 게시돼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타인의 주민등록증을 부정한 방법으로 사용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주민등록증을 위조할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을 받을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청소년이라 해도 특정 목적을 가지고 신분증 위조를 한 경우에는 공문서위조 등 혐의로 엄벌에 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