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마치고 등교한 초등생들 입에서 ‘멍청도’ ‘감자도’… 인터넷 신조어로 교실 오염
입력 2013-02-24 18:59
경기도 부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이모(30·여)씨는 개학 이후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다 깜짝 놀랐다. 방학을 마치고 온 아이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를 섞어가며 대화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생긴 신조어들로 대화를 나누는 아이들을 보며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난감해 동료 교사들과 논의하기도 했다”며 “최근 ‘일베(일간베스트)’나 ‘디씨갤(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 아이들이 노출돼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학중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배운 신조어로 소통하는 학생들 때문에 교사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인터넷 신조어들 대부분이 특정인을 비하하거나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부정적인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용어사전’이라는 페이지도 생겨났다. 여기에는 지역을 비하하는 뜻인 ‘멍청도(충청도)’나 ‘감자도(강원도)’, ‘전라디언(전라도)’ 등이 포함됐다.
실제로 한 커뮤니티에서 생긴 ‘운지’라는 단어는 ‘떨어지다, 실패하다’라는 뜻으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자주 사용된다. 이 단어는 한 건강 드링크 이름과 CF에서 유래된 말로, 광고에 등장하는 배우가 산을 뛰어내리다가 바위에서 떨어지는 점에 착안해 만들어졌다. 실제로 24일 중·고생들이 입시 정보를 위해 많이 찾는 한 인터넷 카페에서 ‘운지’라는 단어를 검색한 결과 ‘수능 운지해서 재수한다’ 등 692건의 글이 검색되기도 했다. 이 단어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엉이바위에서 떨어져 서거한 것을 희화하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