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랗게 질린 중소건설株들… ‘실적악화→유동성 부족→ 투자심리 위축’ 악순환

입력 2013-02-24 23:24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 건설사의 재무상황 악화가 불가피합니다.”(A건설)

“일부 현장의 사업 지연이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착공 및 완공 사업장의 현금흐름 등을 감안할 때 차환(이미 발행된 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새로운 사채를 발행하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투자자들께서는 이 점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B건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오는 중소형 건설사들의 투자설명서는 ‘투자만류서’에 가깝다. 이들은 장기화되는 국내외 경기침체에 ‘알아서 조심하라’는 식의 공시를 내고 있다. 연초 증시에서는 새 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기도 했지만 반짝 효과에 머물렀다. 최근 한일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에 이어 쌍용건설의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 신청 소식이 전해지며 건설업종 투자심리는 더욱 얼어붙는 분위기다.

실제로 24일 현재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13개 종목 가운데 절반을 넘는 7개가 건설주로 집계됐다. 7개 종목은 한일건설·남광토건·동양건설·벽산건설·삼환기업·신일건업·범양건영 등이다. 거래소는 영업실적 악화가 심각해 유동성이 부족해지고 상장폐지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종목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해 투자자들에게 알리고 있다. 부실 건설사들이 증시에서 줄줄이 퇴출될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건설업계가 체감하는 업황은 갈수록 나빠지기만 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지난해부터 하락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12월 68.9를 기록했다가 지난달에는 65.4를 기록했다. CBSI에서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평균적인 경기상황은 100으로 나타난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100대 건설사 중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가 진행 중인 건설사는 무려 21곳에 달한다. 그룹의 지원을 받는 계열 건설사들마저도 줄줄이 나가떨어지면서 “건설사에 손댄 대기업·금융회사는 무조건 비용을 치른다”는 이야기가 시장에 유행하기도 했다.

웬만하면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전망을 전달하는 금융투자업계마저도 최근 건설업종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이 건설주를 신규 매수하기보다 보유주식 처리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는 잔인한 코멘트도 나왔다.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가 끝없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2011년 3월 이후,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2011년 4월 이후 계속 하락 중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