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정원교] 시진핑체제 100일
입력 2013-02-24 18:41
“나는 고향 떠난 한 마리 철새, 번화한 도시에 머물면서 둥지를 짓네.” 위안샤오제(元宵節·정월대보름) 전날인 23일 밤 베이징 인민대회당 금색대청(金色大廳). 시진핑(習近平) 총서기를 비롯한 중국 새 최고지도부 7명 전원이 ‘위안샤오제 완후이(晩會)’에 참석했다. 규모가 춘제(春節·설) 특집 쇼 춘제 완후이에 미치진 못했지만 노래, 춤, 경극 등이 어우러진 대형 무대였다.
지난 18년 동안 계속된 이 무대에 올해 처음으로 농민공이 참가했다. 중국 언론은 24일 이를 당 지도부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부각시켰다. 허베이(河北)성 출신 농민공 펑하오이(馮豪義)는 자신을 철새에 비유한 시를 낭송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지난 22일은 시진핑 체제가 출범한 지 100일 되는 날이었다. 일본 잡지 ‘외교학자(外交學者)’는 최근 한 평론에서 “중국은 ‘중국의 꿈’을 실현할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중국 매체들은 시진핑 어록을 키워드로 정리했다. 첫째는 중국의 꿈을 뜻하는 ‘중궈멍(中國夢)’이 압도적이었다.
그 다음은 “권력은 제도라는 새장에 가둬야 한다”는 말이나 부패 척결 의지를 담은 “호랑이와 파리를 함께 잡아야 한다”는 발언이었다. 당 간부들의 새로운 기풍을 촉구하며 시진핑이 제시한 8가지 행동 강령은 ‘8개항 규정’으로 불리며 그동안 수시로 언론에 등장했다.
지금까지 시진핑의 개혁 조치들은 인민들로부터 괜찮은 반응을 얻은 편이다. 특히 부패를 없애고 가난한 민중을 챙기겠다는 점에서 그렇다. 위안샤오제 완후이에 농민공이 등장한 건 한 예다. 백성들과의 소통도 과거보다는 나아졌다고 볼 수 있다. 시진핑과 리커창(李克强) 부총리의 웨이보 계정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게 방증이다.
시진핑은 현재로선 국내보다는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 곤란을 겪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향후 임기 10년 동안 내치(內治)에서 갈 길이 더 먼 게 현실이다. 중국이 대외적으로 ‘화평발전(和平發展)’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난 100일 동안 시진핑의 행보는 ‘강한 중국’을 의식하는 모습이었다. 시진핑은 과연 주변국에 불안감을 주지 않는 발전의 길을 갈 것인가. 우리의 대응이 정교해져야 할 때다.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