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당선후 처음 찾았던 쪽방촌 김상배씨의 바람… 5년후엔 좋은 나라 소망
입력 2013-02-24 22:41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해 12월 24일 김상배(52·사진)씨의 서울 난향동 집에는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저소득층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방문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성인 한 명만이 겨우 들어갈 비좁은 출입문을 지나 김씨의 지하방에 들어섰다. 방 크기는 26㎡. 박 대통령은 높은 문턱 탓에 신발을 벗고 허리를 숙이며 들어와야 했다. 대통령이 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던 김씨는 자주색 장갑을 벗은 박 대통령의 두 손을 잡고서야 꿈이 아니란 걸 알았다.
김씨는 대통령 취임식을 하루 앞둔 24일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난향동에서 만난 김씨는 “그때 일은 아직도 꿈만 같다. 산타클로스 대신 대통령이 찾아오더라”며 밝게 웃었다.
당초 김씨 가족은 허름한 집 때문에 대통령의 방문 소식에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야 대통령이 서민정책을 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그때 “가난한 사람들도 행복하게 사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고 박 대통령은 “꼭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내내 따뜻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수차례 “국민과의 약속은 꼭 지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김씨는 매달 받는 120만원의 생계비로 몸이 아픈 세 딸과 아내까지 다섯 식구가 생활하고 있다. 점심은 사랑의 밥집에서 도시락 2개를 받아와 해결한다.
김씨는 “막노동, 아파트 청소, 고물상, 신문배달 등 해보지 않은 일이 없었지만, 형편이 나아지지 않았다”며 “‘어떤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꿈도 꾸지 못한 채 하루하루 살기 바빴다”고 말했다. 지난 22일에도 둘째 딸이 갑자기 숨을 쉬지 못하자 가족들은 울면서 기도를 했다. 병원에는 가지 못했다. 이유는 “응급실 갈 돈이 없어서”라고 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은 돈 때문에 아프지도 못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요즘 김씨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한식 조리자격증을 따기 위해 평일 오후 3시부터 밤 10시까지 학원에 다닌다. 학원비는 국고지원이다. 김씨는 “한식 자격증을 따서 직접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요리하고, 그 따뜻함을 나누고 싶다”면서 “목회자가 되는 게 꿈인데, 한식 자격증을 따서 ‘요리하는 목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여성 대통령이기 때문에 딸 셋 가진 아빠로서 기대가 크다. 5년 뒤에는 딸들이 가난해도 꿈을 안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열렸으면 좋겠다”며 밝게 웃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