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위 퍼스트레이디… 페루 우말라 대통령 부인 에레디아 국민적 인기 속 장관 임명까지 영향력
입력 2013-02-23 00:28
오얀타 우말라 페루 대통령의 부인 나디네 에레디아(36)를 향해 쏟아지는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국민적 인기와 활기 넘치는 정치적 행보로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받는 것이라면 ‘제2의 힐러리 클린턴’이라는 수식어를 듣는 데 그치겠지만, 그는 남편인 대통령보다 더욱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유례없는 퍼스트레이디다.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시간) 에레디아의 행보를 자세히 보도했다.
우말라 정부는 2011년 7월 출범했다. 복지를 중시하면서도 시장경제 원칙을 준수하는 정부의 정책은 대중의 높은 인기를 사고 있다. 에레디아는 미모에 활동적인 성격, 유려한 화술이 더해져 정계 핵심인사로 등장했다.
신중한 성격의 우말라 대통령은 기꺼이 부인의 도움을 받고 있다. 연설에 능하지 않고 때론 어눌하다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아예 의존한다는 평가도 있다. 전 정부의 한 인사는 “에레디아가 아니었다면 페루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나빴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아내에게 의존하는 이유는 자신의 한계를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고위직 인사에도 거침없이 관여한다. 경제학자 루이스 미구엘 카스티야를 장관으로 임명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뇌물 스캔들에 휩싸인 제1·2 부통령의 해임을 트위터로 촉구하기도 했다.
남편 퇴임 뒤 계획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당연지사. 에레디아는 대권 도전 여부를 묻는 질문을 들으면 “지금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또는 “그 일은 계획 속에 없다” 두 문장을 번갈아 사용한다. 긍정도 부정도 아니어서 호사가들은 입방아를 멈추지 않는다.
도전을 마음먹었다면 롤모델은 차고 넘친다.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옆에 있다. 그는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아내로 퍼스트레이디 시절 정치적 기반을 닦았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도 좋은 예다. 두 사람은 에레디아와 안면이 있을 뿐 아니라 호의적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페르난데스는 “그는 정치력을 갖춘 매력적인 여성”이라고 평했다. 얼마 전 클린턴과 에레디아의 만남을 지켜본 전직 미 국무부 관리는 “에레디아는 매우 똑똑하며, 남편을 성공시키려는 정치적 야심을 가진 핵심 조력자”라고 말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