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피의자 김정일’, 검찰 수사중이라는데…

입력 2013-02-22 19:55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지 14개월이 지났지만 국내 검찰에 접수된 김 위원장 상대 고소·고발 사건은 여전히 ‘수사 중’으로 남아 있다. 형사소송법상 기소를 전제로 한 수사에서 피의자가 사망하면 처벌 대상이 없어져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하는 게 통상적이다. 검찰은 “(처리가 늦어지는 이유가) 법적 문제보다는 국민적 감정이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에 걸려 있는 김 위원장 관련 사건은 크게 네 가지다. 2001년 2월 KAL기 폭파 사건(1987년) 유족들이 집단학살 등 혐의로 고소했고, 같은 달 12개 보수단체들은 KAL기 폭파 외에 미얀마 아웅산 폭탄 테러(83년), 한국에 귀순했던 김 위원장 처조카 이한영씨 피살 사건(97년) 등으로 김 위원장을 고발했다. 이 3건은 고발 이후 12년째 종결이 안돼 서울중앙지검 최장기 미제 사건으로 분류돼 있다.

2010년 6월에는 라이트코리아가 같은 해 3월의 천안함 폭침 사건 책임을 물어 김 위원장과 인민무력부장 등 5명을 함께 고발했다. 김 위원장 피고발 사건은 모두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상호)에 배당돼 있다.

검찰은 2003년 KAL기 희쟁자 유족들을 불러 고발 배경 등을 묻는 등 이미 오래 전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검찰은 김 위원장 생존시에는 ‘기소중지’ 처분을 고민했었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김 위원장에 대한 조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소시효라도 정지해 놓자는 취지였다. 김 위원장이 2011년 12월 사망한 이후에는 4건을 일괄해 ‘공소권 없음’(공범이 있는 천안함 폭침의 경우 김 위원장만 분리해 결정) 처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아직 때가 아니다’는 게 현재까지의 검찰 판단이다.

한 대검 간부는 22일 “직접 관련은 없다고 해도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하는 마당에 이걸 어떻게 처리하느냐”며 “남북관계나 국민 감정 등도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김정일 고발 자체도 상징적이지만 사건 종결도 상징적 의미가 있다”며 “적당한 시점이 되면 마무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