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이어 SK도 로펌 갈아타기… 태평양, 재벌 항소심 전담 변호?

입력 2013-02-22 19:55

1심에서 실형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된 최태원(53) SK그룹 회장이 법무법인 태평양을 항소심 변호인단으로 선임했다. 최 회장보다 먼저 법정구속됐던 김승연(61) 한화그룹 회장도 태평양에 일을 맡겼다.

22일 법원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9일 이인재(59) 대표변호사를 포함해 4명의 태평양 변호사를 새로 선임했다. 1심에서 변론을 맡았던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인단은 다시 선임하지 않았다. 앞서 김 회장도 항소심에서 노영보(59·연수원 10기) 대표변호사를 주축으로 하는 태평양 변호인단을 선임했다.

서울 지역의 한 변호사는 “재벌비리 형사 사건의 경우 보통 김앤장을 우선적으로 선임하고, 1심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업계 2위인 태평양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무죄를 주장하던 최 회장이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유를 변론 전략의 실패에서 찾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법조계에서는 구체적인 증거를 들이대며 압박하던 검찰의 전략에 ‘큰 그림’만 그리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 측이 1심에서 매머드급 변호인단을 구성해 100억원 이상을 썼다는 얘기도 있다. 거액을 들였는데도 예상보다 강한 판결이 나오자 크게 실망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최 회장이 새로 선임한 태평양 변호인단에는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지낸 이인재 대표변호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한위수(56·연수원 12기) 변호사 등으로 매머드급이다. 최 회장은 항소심에서도 1심에 버금가는 거액의 수임료를 부담하게 될 전망이다.

한편 1심에서 최 회장과 김 회장을 나란히 변호했던 민병훈(52·연수원 16기) 변호사는 양쪽 항소심 변호인단 리스트에서 빠졌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인 민 변호사는 2009년 3월 개업한 이래 굵직한 사건들에서 줄줄이 무죄를 받아내며 업계에 이름을 날렸으나 두 회장의 실형은 막아내지는 못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