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방의 선물’ 1000만 관객… 58억 들인 마이너 ‘기적’

입력 2013-02-22 23:56


한국영화 ‘7번방의 선물’(감독 이환경·이하 ‘7번방’)이 꿈의 관객 10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영화는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21일 현재 953만명을 동원했다. 투자배급사 뉴(NEW)는 ‘7번방’이 이르면 23일 1000만 관객 기록을 세울 것으로 22일 예측했다.

‘7번방’은 올해 첫 1000만 영화이자 대작 ‘베를린’(감독 류승완)과 맞붙은 마이너영화의 반란이며 1000만 관객 동원 작품 중 제작비 대비 최고 수익률을 거둔 영화로 기록될 전망이다. 역대 한국영화로는 8번째이며 휴먼코미디 장르로는 처음이다.

◇마이너 영화의 반란=‘7번방’은 대작 ‘베를린’과의 맞대결 속에서 나온 성공이라 의미가 더 크다. ‘베를린’은 스타 감독과 유명 배우들이 총동원된 100억원짜리 대작이다. 배급은 국내 최대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맡았다.

반면 ‘7번방’은 흥행작이 없었던 감독, 만년 조연배우였던 류승룡의 첫 주연작, 배급사는 극장 체인이 없는 ‘뉴’, 순제작비는 35억원이다. 홍보마케팅비를 합친 총제작비도 58억원에 불과하다. ‘베를린’도 700만명 관객을 앞두고 있지만 이에 밀리지 않고 1000만 고지를 넘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7번방’이 1000만명을 돌파하면 누적매출액은 약 718억원을 달성하게 된다. 수익률로 따지면 12.4배다. 대박도 이런 대박이 없다. 이는 역대 1000만 동원 작품 중 최대 수익률이다. ‘7번방’ 이전에는 2005년 개봉작 ‘왕의 남자’(총 제작비 72억원·누적매출액 860억원)가 11.9배로 가장 높았다. 흥행몰이가 이어지면 수익률 격차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따뜻한 부성애 전 세대 공감=사실 이 영화가 1000만을 돌파하리라고 예측한 이는 거의 없었다. 대작 블록버스터도 아니고, 인기 배우 여러 명이 동시에 출연하는 멀티 캐스팅도 아니었다. 하지만 각박한 사회에 따뜻한 영화가 통했다.

이환경(43) 감독은 “악인이 없고 따뜻한, 그래서 다소 밋밋할 수도 있는 가족 영화이지만 관객들이 화려함보다는 진정성을 알아봐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경제가 힘들고 사회가 각박하다. 이런 상황에서 뭔가 때려주든 웃겨주든, 사람들이 웃고 울고 싶은 게 있었는데 이 영화가 그런 점에서 관객과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바보연기를 한 류승룡과 사랑스러운 아역 갈소원의 힘도 컸다. 류승룡은 정신지체 배역을 희화화하지 않았다. 바보 같아서 웃긴다는 식으로 보이지 않길 원했고, 이는 관객의 공감을 받았다. 오달수 박원상 김정태 정만식 등 충무로 막강 조연들의 연기도 과하지 않으며 조화를 이뤄 1000만 영화의 힘이 됐다.

배급사의 개봉 시기 변경도 주효했다. ‘7번방’은 당초 원래 제목인 ‘12월 23일’에 맞춰 개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아버지와 딸의 사랑이 주요 소재라 가족 관객이 많은 설 연휴로 개봉 시기를 조정했고, 결과적으로 제작진도 놀란 무서운 흥행신화로 이어졌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