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일관성·스몰스텝 전략·통합 리더십… “朴당선인, 獨 메르켈 정부를 배워라”
입력 2013-02-22 18:57
오는 25일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가 산적한 당면과제를 해결하려면 독일 메르켈 정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새 정부가 겪을 일자리 창출과 저출산·고령화 문제 등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지난 2005년 말 집권 후 풀어왔던 과제들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2일 ‘메르켈 정부의 경제적 성과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독일을 유럽의 리더로 다시 세운 메르켈 정부의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메르켈 집권 당시만 해도 독일은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높은 실업률과 고령화, 재정악화에 시달리고 있었다. 독일 국내경제성장률은 0.8%에 불과했고 실업자 수도 465만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가 집권한 2006년부터 독일 경제성장률은 3.7%로 유로존 평균을 앞지르며 높아졌다. 고용지표도 크게 개선돼 실업률은 2005년 11.3%에서 2011년 5.9%로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한때 26위까지 추락했던 국가경쟁력도 10위로 끌어올렸다. ‘유럽의 병자’에서 ‘마법의 나라’로 바뀐 것이다.
보고서는 메르켈 정부가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첫 번째 요인을 ‘정책의 일관성’에서 찾았다. 슈뢰더가 복지 삭감 등의 개혁정책을 밀어붙이며 지지도가 하락해 세 번째 집권에 실패했지만 메르켈은 슈뢰더의 고용유연화와 시장 친화적 정책을 이어받았다는 것이다. 메르켈은 재정 긴축을 지속하면서도 연구개발(R&D)과 교육, 직업훈련 등 미래에 대한 투자는 확대했다. 또 부가가치세율을 높이고 고소득자에게 ‘부유세’를 매기는 등 세제 개혁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높였다.
아울러 하나의 거대한 목표보다 작은 목표를 많이 세워 꾸준히 추진하는 메르켈의 ‘스몰 스텝(small step)’ 전략 역시 주효했다고 보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다른 국가들이 도입했던 인위적 경기부양을 거부한 것이 대표적으로, 이 같은 스몰 스텝 전략은 작은 개혁을 통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다.
마지막으로 꼽은 메르켈 정부의 성공요인은 ‘협력과 통합의 리더십’이다. 메르켈은 독일 경제위기 극복뿐 아니라 유럽 재정위기, 기후협약, 미국-EU 간 범대서양 경제위원회 추진 과정 등에서도 국가간 협력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메르켈의 대화와 설득을 통한 리더십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데에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