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백소영] 70억 개의 정답들
입력 2013-02-22 18:01
세상 고민을 다 담은 듯 혼란스런 얼굴로 한 학생이 연구실 문을 엽니다. 스물 갓 넘은 청춘 왈,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답니다. 지치고 힘들어 조금 쉬어 가고 싶은데 휴학이 맞는 건지, 늘 넘치게 들었던 과목수를 줄이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그동안 학점 관리하느라 못해 보았던 외부활동을 하는 것이 맞는지…. ‘대학 3학년 시기에 맞는 정답’이 뭔지 헷갈려 찾아왔다면서 사슴의 눈망울을 하고 ‘교수의 답’을 기다립니다.
웃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에겐 정말로 심각한 고민이었으니까요. 사십 중반의 인생에겐 한없이 가벼울, 어쩌면 부러울 ‘수많은 가능성’ 중의 선택이지만, 늘 모범답안만 제출해왔던 그 아이는 흔들립니다. 불안해합니다. 행여 자기 인생에서 처음으로 오답을 선택할까봐, 결과가 나쁠까봐, 그래서 영영 돌아올 수 없는 ‘실패자’의 길을 걸어갈까 싶어서….
그 예쁜 아이에게 말해주었습니다. 세상에는 70억개의 정답이 있을 수 있다고요. 모든 인생의 답이 다 정답이란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인생이 다 자기만의 답을 만들어가는 것이니 ‘정답’은 각 인생마다 다른 법이라고요. 그 답이 나와 남을 헤치는 비윤리적, 반사회적 답이 아닌 한은 자신이 행복할 그 선택이 ‘정답’인 것이라고요. 성공과 실패의 기준은 세상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있다고요.
늘 기대 이상으로 이해하던 똑똑한 나의 제자는 이번에도 제대로 알아들은 듯했습니다. 특별한 하나를 콕 짚어주지 않은 채, 헤어지며 “잘 선택해요!” 하고 건넨 나의 말에 환하게 웃으며 대답을 합니다. “잘…보다는 행복한 선택을 할게요!” 그 아이는 이미 자신의 선택에, 인생에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는 어른이었습니다. 그의 답이 기대됩니다. 새로운 정답들을 만나는 재미가 커서 새삼 제 직업이 행복해진 하루였습니다.
백소영 교수(이화여대 인문과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