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편소설 역사 집대성… 송하춘 교수 10년 만에 ‘한국현대장편소설사전’ 펴내
입력 2013-02-21 20:23
송하춘(69·사진) 고려대 명예교수를 말할 때 소설을 빼놓을 수 없다. 평생 소설론을 가르쳐왔으며 직접 작품을 쓰는 소설가이기도 하다. 지난해 소설집 ‘스핑크스도 모른다’로 채만식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그가 일제강점기 때의 장편을 총망라한 ‘한국현대장편소설사전’(고려대 출판부)를 최근 냈다.
그는 20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1917년 이광수의 ‘무정’부터 1950년에 이르기까지 장편 946편의 줄거리와 출간 사항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며 “제자들과 함께 10년 이상의 공을 들인 결과물인데, 자료 조사를 위해 국내 도서관은 물론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의 도서관을 방문하는 지난한 탐사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작업 과정에서 고심했던 부분은 ‘장편’에 대한 기준이었다. “우리 소설사에서 장·단편의 구분이 생긴 건 ‘무정’ 이후부터인데, 지금이야 ‘원고지 200매 전재’가 중편으로 분류되지만 그땐 중편이란 개념이 확실치 않았어요. 대부분의 작품들은 신문이나 잡지에 연재됐는데 다행히 ‘장편’ 혹은 ‘중편’이라는 표시가 돼 있는 경우를 빼놓고는 일일이 작품 분량을 확인해야 했지요. 가끔 ‘장편 연재 1회’ 또는 ‘2회’ 미완으로 중단되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 경우도 장편으로 분류해 수록했습니다. 다른 지면에서 연재가 재개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죠.”
‘단편’을 제외한 모든 소설을 ‘장편’으로 분류해 사전에 수록했다는 말인데, 학계에서 이론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 논의가 나와도 상관없어요. 원래 계획이 이 시기의 소설을 다 찾아내 일렬로 세워 보겠다는 것이었던 만큼 일단 ‘단편’을 제외하고 가능한 한 많이 수록하고자 했던 겁니다.”
해당 시기가 일제 식민지 시대와 겹치기에 일본과 관련된 부분을 정리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서 한국인이 발표한 일본어 소설, 일본에서 한국인이 발표한 일본어 소설, 심지어 일본출판사에서 출간된 작품까지 일일이 확인작업을 거쳐 목록화했다. “일본어로 쓰면 더 대우받고 일본 문단에도 진출했을 텐데, 일제 시대에 한글로 소설을 썼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한 일이죠. 당시의 소설가들은 한글을 무기로 해서 한 시대를 통과했던 것이지요.”
송 교수의 다음 작업은 ‘무정’ 이전의 근대개화기 소설을 대상으로 한 ‘한국근대장편소설사전’이다. 또 한번의 지난한 원본 확인 작업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 셈인데 그는 일이 상당히 진척되고 있다며 호탕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작업의 의미를 새 소설 발굴보다는 소설의 집대성에 두었지만 다음 작업 땐 문자 그대로 고고학적 발굴의 성과가 쏟아져 나올 겁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