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극복하고 꿈을 키워가고 있는 대학생,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환아들에 희망을 심는다
입력 2013-02-21 19:44
대학생 봉사단 ‘위시엔젤’서 멘토 활약 장영후·고수정씨
“우리가 아팠던 경험이 아이들에게 더 희망이 되는 것 같아요. 난치병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에게 세상에 나와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지난 19일 오후 5시 서울 역삼동 푸르덴셜타워에서 겨울방학 동안 난치병 아이들을 찾아가 멘토가 돼준 ‘위시엔젤’ 대학생 봉사단 200여명의 해단식이 열렸다. 봉사단에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두 친구가 있었다. 난치병 완치자 밴드 ‘레인보우 브릿지’ 멤버이자 환아들의 멘토로 활동하는 고수정(22·여)씨와 장영후(23)씨다. 이들은 병을 이겨냈던 경험을 바탕으로 환아들에게 상담도 해주고 노래로 희망을 전하고 있다.
고씨는 7세 때 피아노를 시작해 작곡가의 꿈을 키우다 고교 1학년 때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병을 치료하느라 학교를 자퇴했지만 피아노는 놓을 수 없었다. 고씨는 한국 메이크어위시재단에 ‘피아노를 갖고 싶다’는 소원을 신청했고 선물 받은 피아노로 연습하며 꿈을 이어갔다. 현재 모 대학 실용음악과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있다.
장씨도 중학교 2학년이던 2004년 여름 급성림프성백혈병을 앓고 3년간 항암치료를 받았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장씨는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취미가 생겼다. 완치된 후 건강한 몸을 갖고 싶어 스포츠 관련학과에 진학한 장씨는 현재 헬스 트레이너로 일하며 싱어송라이터가 되는 꿈을 꾸고 있다.
장씨는 봉사팀원들과 함께 지난달 뇌종양 판정을 받은 고교 축구선수 이모(18)군과 3차례 만나 상담도 해주고 노래도 불러주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고씨도 백혈병을 앓고 있는 신모(5)양을 찾아가 보드게임, 그림 그리기와 종이접기, 찰흙놀이 등을 하면서 마음을 나눴다. 고씨는 “환아들은 물론 환아 부모님들도 우리를 보면서 아이가 완치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 것 같다”며 “아플 때 어떻게 극복했는지, 무엇을 먹고 어떻게 치료받았는지 등을 꼼꼼히 물어보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건강해진 제 모습을 보고 희망을 갖는 아이들을 보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들이 활동하는 ‘레인보우 브릿지’는 2010년 결성됐다. 장씨는 “가입 조건은 어느 밴드보다도 까다로울 것”이라며 “난치병에 걸렸다가 완치된 전력과 음악을 사랑하는 열정, 연습할 수 있는 여건도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멤버는 5명이다.
레인보우 브릿지는 병원에서 진행하는 캠프나 완치자 파티 등에서 연주를 한다. 지난 15일에 열린 세계 소아암의 날 기념행사에도 참여했다. 주로 들국화의 ‘축복합니다’나 이한철의 ‘슈퍼스타’ 등 대중성과 희망의 메시지가 담긴 노래를 부른다. 이들은 직접 작곡해 연주하고 노래하는 콘서트 계획도 갖고 있다.
글·사진=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