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국정목표·전략] 사라진 경제민주화… 창조경제서 눈칫밥

입력 2013-02-21 22:04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1일 발표한 박근혜 정부 국정 로드맵에서 ‘경제민주화’ 용어 자체가 실종된 것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실천 의지도 함께 사라진 것 아니냐”는 의문이 강하게 제기됐다. 하지만 인수위는 “국정과제 속에 다 녹아 있다”고 반박했다.

인수위는 국정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ICT(정보통신기술) 관련 산업 육성 공약을 설명하는 데 사용했던 ‘창조경제’를 첫 번째 국정 목표로 제시했다. 대신 핵심 대선 공약인 경제민주화는 국정 목표와 국정과제 중 어디에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새 정부가 성장과 일자리를 중시해 경제민주화가 퇴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공약집과 국정과제 자료집을 비교하면 공약의 주요 내용이 수정돼 있어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대표적인 게 대기업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근절 공약이다. 대주주 횡령 범죄 등 사회적 반향이 큰 경제 범죄에 대해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하겠다던 내용이 ‘형량·처벌 강화’로 약화됐다.

‘금산분리 강화’ 공약은 용어 자체가 ‘금융서비스의 공정경쟁 기반 구축’으로 순화됐다. 게다가 금융·보험회사가 보유한 비(非)금융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상한을 집권기간 동안 5%로 강화하겠다고 명시했던 것이 ‘의결권 제한 강화’로 추상화됐다. 1·2·3금융권에 적용한다던 대주주 적격성 유지심사 조항은 아예 삭제됐다. 다만 후퇴 논란의 시발점이었던 신규 순환출자 금지는 ‘추가 출자 금지, 자발적 해소를 위해 공시의무 부과’ 등으로 다소 구체화했다.

후퇴 논란이 불거지자 인수위는 적극 해명했다. 류성걸 경제1분과 간사는 “5대 국정 목표 안에 (경제민주화를) 나열할 수 없어 140개 국정과제 안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경제민주화 공약들은 국정 목표인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의 하위분류로 설정된 6개 국정과제 중 ‘중소기업의 창조경제 주역화’ ‘원칙이 바로선 시장경제 질서 확립’ 부분에 분산돼 실렸다. 내용이 바뀌지 않았는데 용어를 왜 삭제했느냐는 지적에 강석훈 국정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은 “창조경제가 경제민주화보다 포괄적인 개념의 단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대선 때 박 당선인의 ‘국정운영 4대 지표’로 꼽혔고 당 정강정책에 명시된 경제민주화가 빠진 점은 의지가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인수위가) 유념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