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에 ‘主思·反美’ 가르쳐, ‘미군 쏴 죽이자’ 노래도… 전교조 교사 4명 이적단체 구성 혐의 기소
입력 2013-02-21 09:43
검찰이 21일 이적단체 구성 혐의로 기소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 4명은 남북 교육 교류를 명목으로 북한을 드나들며 ‘김일성 회고록’이나 공산당 간부의 연설문 등을 입수해 내부 학습자료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학부모, 대학생뿐 아니라 가치관이 형성되기 전인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체계적인 사상침투 전략을 썼다고 검찰은 밝혔다.
◇어린 학생들에게 친북·반미 교육=검찰이 이적단체로 규정한 ‘새시대교육운동’는 2008년 1월 교사 130여명이 모여 결성했다. 박모(52·여)씨는 단체 대표를, 함께 기소된 3명은 집행부 중요 직책을 맡았다. 현재 전국 180여명의 회원을 확보해 매월 5000∼2만원의 회비를 걷고 있으며, 검찰이 명단을 확보한 30여명은 모두 전교조 소속이다.
새시대교육운동은 2001년 9월 민족해방(NL) 계열 운동권이 모여 ‘자주적 민주정부·연방통일 조국 건설’을 결의한 ‘군자산의 약속’(일명 9월 테제)을 교육부문에서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고 한다. 박씨 등은 북한 원전인 ‘조선의 력사’ 등을 소지하고,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를 발췌한 강의안, 1977년 김일성이 발표한 사회주의교육 총서 등을 학습자료로 썼다. 이들은 2008년 9월∼2009년 5월 예비교사,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대상으로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강연도 2차례 진행했다.
이들이 2005년 주최한 ‘어린이민족통일대행진단’ 행사에 참가한 초등학생들은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군이 나쁘다는 것을 배웠다. 미군을 쏴 죽이자는 노래는 나의 마음과 같다’ ‘맥아더는 자기 나라에서 추방된 추잡스런 인간이라는 것을 알았다’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교사인 최모(41)씨의 경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투쟁 신념인 ‘오늘을 위한 오늘에 살지 말고, 내일을 위한 오늘에 살자’라는 문구를 급훈으로 만들어 교실 복도에 걸어뒀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들은 또 전교조 명의로 4∼26차례 방북, 북한 찬양 문건을 다수 입수해 배포하고, 각종 문건과 이메일에는 ‘전남의 ㅈ’, ‘인천의 ㄱ’, ‘공개·유출 금지’ 등으로 표기해 조직원의 신원을 감춰 온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2009년부터 새시대교육운동을 내사해 오다 지난 연말 4명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모두 묵비권을 행사했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도 검토했으나, 이들이 직접 북측 지령을 받아 움직인 정황이 나오지 않았고 교사 신분인 점 등을 감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 단체는 전교조 하부 조직이 아니라 주체 사상을 추종하는 일부 교사들이 만든 별개의 조직”이라며 “합법 활동으로 위장해 전교조 집행부 장악도 시도했다”고 말했다.
◇전교조, “조작·기획수사”=전교조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과잉 충성경쟁이 빚어낸 표적수사”라고 반발했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새시대교육운동은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는 전교조의 여러 모임 중 하나인데 공안당국이 이들의 직책을 구실삼아 이적단체로 모는 것은 조작에 가깝다”며 “검찰이 문제 삼은 남북교류사업은 2003년부터 통일부 등과 함께 참여했던 사업”이라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