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NLL 포기 발언’ 사실상 인정
입력 2013-02-21 22:13
검찰이 21일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을 무혐의 처분한 것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이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에 실제 담겨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검찰 관계자는 “발췌본 내용을 봤을 때 어감의 차이는 있지만 상식적인 수준에서 허위 사실이 아니라고 봤다”며 “발언의 뉘앙스와 취지를 모두 판단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회의록 내용을 공개하면 딱 끝나는(쉽게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자료가 2급 비밀 공공기록물이어서 비밀누설 금지 규정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이 허위사실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조사한 자료는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이다. 회의록 원본은 정상회담 직후 작성됐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우리 측 배석자가 북한의 동의를 받고 녹음했고 회담 후 국가정보원이 문건으로 작성했다. 문건은 노 전 대통령에게 즉시 보고됐고, 노 전 대통령은 “국정원에서 관리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국정원은 회의록을 대통령기록물이 아닌 공공기록물로 분류해 보관했다.
검찰 관계자는 “자료를 향후 회담에 활용하기 위해 절차가 복잡한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만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관례상 남북 정상회담 자료는 국정원이 보관해 왔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지난해 12월 17일 회의록 내용 중 NLL 관련 발언이 나온 부분만 따로 요약해 만든 발췌본을 검찰에 제출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주임검사와 부장검사는 지난달 16일 발췌본을 열람했다. 주임검사는 발췌본 진위 여부를 대조하기 위해 회의록 원본도 관련 범위 내에서 열람했다.
정 의원은 2009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통일비서관으로 일할 때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화록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회의록 원본 역시 공공기록물이고 공무상 열람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정 의원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정치적 목적을 위해 NLL 관련 의혹을 제기한 것이 비밀누설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고소·고발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판단하지 않았다”고 했다.
NLL 관련 발언은 지난 대선 정국에서 국론을 분열시킨 이슈였으나 이 사건과 관련해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결론이 내려졌다. 정치권이 무리한 고소·고발로 정치 이슈를 확대해 수사력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쟁점화한 뒤 검찰에 떠넘겨 혼란만 부추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