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수강신청 전쟁중… 인기 과목은 돈주고 사고팔아

입력 2013-02-21 22:13


인하대 법학과 박성민(가명·25)씨는 지난 20일 수강신청에서 이번 학기 꼭 듣고 싶었던 영문강독 과목 신청에 실패했다. 컴퓨터의 속도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불필요한 데이터를 지우고 바이러스 검사까지 했지만 오전 8시30분 수강신청이 시작되자마자 이 과목은 눈 깜짝할 사이에 마감돼 버렸다. 그는 21일 “등록금만 수백만원을 내는데 원하는 과목 수업을 듣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소연했다.

새 학기를 앞두고 대학가에서는 ‘수강신청 전쟁’이 한창이다. 학생들이 인기 과목에 몰리지만 수강인원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수강신청 시작 시간이 되면 학생들이 한꺼번에 수강신청 사이트에 접속하면서 서버가 다운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매년 반복되는 탓에 학생들의 불만도 극에 달해 있다. 각 대학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수강신청은 손 빠른 놈이 장땡’ ‘듣고 싶은 강의는 다 놓쳤다’는 등의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수강신청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작전도 다양하다. 가장 흔한 방법은 학교 PC실이나 컴퓨터가 빠르다고 소문난 PC방을 찾는 것이다. 일부 학생은 대학 컴퓨터실을 선점하기 위해 철야 대기하는 경우도 있다. 연세대 행정대학원 이모(31)씨는 “지난 학기에 집에서 수강신청을 했다가 완전히 망쳤다”며 “교내 PC를 이용하면 학교 서버에 접근하기 쉽다는 얘기를 듣고 학교를 찾아 수강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팀을 이뤄 수강신청을 하는 이들도 있다. 친구들을 동원해 수강신청 사이트가 열리자마자 집단으로 인기과목 수강 신청을 해 성공한 친구로부터 그 과목을 넘겨받는 식이다. 일부 학생들이 인기 강의를 싹쓸이한 뒤 웃돈을 주고 사고파는 행위도 비일비재하다. 수강신청 클릭을 자동으로 반복해 주는 프로그램인 ‘매크로’도 인기다. 이씨는 “매크로 사용이 비겁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수강신청에 실패하면 1분 만에 한 학기를 망치는 것이어서 무조건 비난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대학 측은 매크로 수강신청을 차단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강대의 경우 지난해부터 매크로 방지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연세대와 한양대는 학생이 매크로를 사용하다 적발되면 전 수강과목을 삭제 조치하는 등 강력 대응하고 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