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동티모르 등 분쟁지역 찾아가 화해의 기도 “우린 지구촌 평화 개척자!”

입력 2013-02-21 21:21


‘개척자들’ 20년째 피스메이커 양성

“전쟁이 나면 전쟁터에서 만나자.”

20년 전 한 청년 사역자가 교회 청년들과 했던 약속이 아프가니스탄과 동티모르 등 분쟁지역에서 평화운동으로 꽃피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평화운동을 펼치고 있는 사단법인 ‘개척자들’은 1993년 당시 서울 보광동 보광중앙교회 청년부 전도사였던 송강호 박사가 몇몇 청년과 함께 시작한 골방 기도모임 ‘세계를 품은 그리스도인의 기도모임’(WCF·World Christian Frontiers)에서 시작됐다. 매주 월요일 분쟁과 가난 등으로 고통 받는 소외된 이웃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한 청년들은 20년째 이 기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은 서울 신설동 나들목교회에서 기도회가 진행된다.

개척자들은 소위 ‘위험·분쟁 지역’에 직접 들어가 평화운동을 하는 단체다. 개척자들을 설립한 송강호 박사는 독일 유학을 마친 2000년부터 동티모르에서 사역자들과 함께 평화캠프를 시작했다. 이 캠프는 13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캠프의 목적은 고통 받는 나라에서 평화를 일궈 낼 ‘피스메이커’를 양성하는 것이다.

개척자들의 평화캠프는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사역할 이들을 양성하기 때문에 철인 3종 경기와 산행, 공동체 훈련 등 강도 높은 훈련 프로그램을 2주 정도 진행한다. 선교사역자로서의 영성 훈련은 기본이다.

첫 회 때는 참가자들이 프로그램을 이해하지 못한 채 지원할 것을 우려해 ‘미친 사람을 찾습니다. 사랑을 위해 목숨을 버릴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홍보 전단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첫 회에만 모두 78명(외국인 2명)이 동티모르 평화캠프에 참가, 무사히 훈련을 마쳤다.

개척자들의 선교는 철저히 예수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단체 이형우 간사는 “예수님은 이 땅에 평화의 왕으로 오셔서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하셨고, 자기를 배신하고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들을 죽기까지 사랑하고 용서하셨다”며 “개척자들의 선교는 그리스도께서 스스로를 희생하심으로 화해를 이루신 것처럼 이 땅에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1회 동티모르 평화캠프를 진행한 개척자들은 2003년 아프가니스탄, 2005년 서티모르, 2007년 인도네시아 반다아체, 2009년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카슈미르 등 전쟁과 자연재해, 빈곤으로 고통 받는 국가에서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12년 전 10대 학생으로 캠프에 참가했던 아이들은 이제 교사의 자리에서 평화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을 가르친다.

평화캠프의 가장 큰 특징은 머리가 아닌 몸으로 현장의 아픔을 느끼고, 현장의 필요를 채우기 위한 현지특화 프로그램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카불 인근 바그람 지역에서 유엔과 함께 지뢰제거 활동을 하고, 동티모르에서는 난민과 고향 가족을 오가며 생사를 확인해 주는 메신저 역할을 하는 게 그 사례다.

이 간사는 “개척자들이 분쟁지역에서 하는 사역은 그저 그들의 잠자리에서 그들의 음식을 먹고 그들의 역사와 문화, 그들의 종교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것일 뿐”이라며 “사실 매우 단순하기 때문에 누구나 평화를 위해 함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과 함께해야 그들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고, 그들도 우리의 활동을 이해하고 평화를 위해 협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