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에 걸린 메시, 날개가 필요했다… AC밀란 빗장수비에 쩔쩔

입력 2013-02-21 17:25

이탈리아 축구는 전통적으로 수비가 강하다. 필드플레이어 10명 전원이 압박수비를 펼치면서 지능적인 반칙으로 상대 공격을 막는 ‘카테나치오(빗장수비)’로 유명하다. 천하의 리오넬 메시(26·FC바르셀로나)도 이탈리아 팀만 만나면 작아진다. 바로 이 빗장수비 때문이다.

21일(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시로에서 열린 바르셀로나(스페인)와 AC밀란(이탈리아)의 2012∼201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도 예외는 아니었다. 공을 잡을 때마다 상대 선수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에워쌌고 메시는 공을 돌리기에 급급했다. 메시는 무득점에 슈팅 2개(유효슈팅 1개 포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결국 메시는 고개를 숙였고, 바르셀로나는 0대 2로 무릎을 꿇었다.

바르셀로나로서는 충격적인 패배였다. 팀 역사상 두 골 차로 패한 것은 2011년 1월 레알 베티스와의 코파델레이 8강 2차전(1대 3 패) 이후 2년여 만이었다. 이날 밀란전에서도 볼 점유율은 바르셀로나가 66%대 34%로 앞섰다. 그러나 정작 바르셀로나는 밀란의 골문으로 파고들지 못했다. 밀란의 지역방어가 워낙 촘촘했기 때문. 바르셀로나의 패스 축구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공만 돌린 바르셀로나는 슈팅과 유효슈팅에서 각각 6대 8, 2대 6으로 열세였다.

천하의 메시도 공의 흐름이 뻑뻑해지니 속수무책이었다. 메시는 이번 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 24경기에서 37골, 챔피언스리그에서 5골을 기록하며 절정의 골 감각을 과시해 왔다. 최근엔 바르셀로나 입단 이후 개인 통산 300골 고지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은 밀란의 완벽에 가까운 질식수비에 걸려 옴짝달싹 못했다.

밀란는 이번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가장 적은 승점(8점)을 챙겨 간신히 16강에 합류한 ‘복병’이다. 강한 압박수비에 이은 역습과 측면 돌파로 바르셀로나를 위협하던 밀란은 후반 12분 케빈 프린스 보아텡의 선제골과 후반 36분 설리 문타리의 추가골로 이변을 연출했다.

종양 제거 수술을 위해 미국 뉴욕으로 떠난 티토 빌라노바 감독 대신 1차전을 이끈 호르디 로우라 감독 대행은 경기 후 “오늘은 평소보다 골을 넣는 게 훨씬 더 어려웠다”며 “밀란은 조직력이 좋은 데다 수비도 아주 강해 고전했다. 우리는 전반에 선전했지만 후반엔 골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바르셀로나는 3월 13일 홈에서 2차전을 치른다. 이 경기에서 바르셀로나는 3골 차로 이겨야 8강에 진출할 수 있다.

한편, 터키 이스탄불 튀르크 텔레콤 아레나에서 열린 또 다른 16강전에서는 갈라타사라이(터키)와 샬케04(독일)가 1대 1로 비겼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