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원, 직원 파면보다 진상규명이 먼저다

입력 2013-02-21 17:50

국가정보원이 여직원의 선거개입 의혹을 외부에 알린 직원을 파면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대북심리전을 담당하는 조직과 인원을 누설하고, 흑색선전으로 왜곡해 선거에 영향을 주려 했다는 이유다. 하지만 곧바로 “공익제보자를 압박해 사건을 덮으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민주통합당과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들은 즉각적인 국정조사 실시를 주장하고 나섰다.

사건의 실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의혹은 점점 커지고, 국정원에 대한 불신도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1987년 국가안전기획부가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야당의 창당대회를 방해했던 ‘용팔이 사건’에 비유하며 국정원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보기관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므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주장까지 나와 오는 25일 출범하는 새 정부에도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의혹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불신이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그렇다고 과거 군사독재 시절처럼 의혹을 밝혀내지 않은 채 넘어가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그렇기에 수사를 맡고 있는 경찰의 책임이 무겁다.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낱낱이 밝히는 것만이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자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수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직원부터 파면한 국정원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글을 남긴 인터넷 사이트 ‘오늘의 유머’ 운영자는 “김씨와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제3의 인물들이 아이디 38개를 이용해 게시글 165건을 올렸다”며 “이 글들은 적나라하게 정부·여당을 편드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이를 전문적으로 분석할 인력도 확보하지 못한 채 시간만 끌고 있다. 이래서는 의혹과 불신만 커질 뿐이다. 경찰은 지금이라도 제대로 수사를 해야 한다. 국정원 역시 ‘권력의 하수인’으로 불렸던 과거의 불명예를 씻어내기 위해서라도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