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기 속 경제민주화 진전시킬 정책배합이 관건
입력 2013-02-21 21:15
새 정부 국정과제 발표, 수사권 조정 결론 못내 유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21일 박근혜 정부의 국정기조와 과제를 발표했다. 25일 출범하는 새 정부가 국정과제들을 완수해 대한민국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새 정부의 국정비전과 목표를 보면 박근혜 당선인의 대선 공약과 대체로 기본 틀이 일치한다.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라는 비전은 성장률이나 경제규모 등 외형적 성취보다 국민 삶의 질적 향상에 국정운영의 지향점을 두겠다는 의미로, 박 당선인의 공약을 관통하는 큰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5대 국정목표로 설정한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맞춤형 고용·복지,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 안전과 통합의 사회,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구축 등도 대선 과정에서 수차례 나뉘어 발표된 공약들을 가다듬은 것이다. 이제는 얼마나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실행방안을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경제민주화 과제가 5대 국정목표에서 제외된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경제민주화는 박 당선인이 최우선 공약으로 제시해 대선 승리를 이끌어낸 주 요인 중 하나로 평가된다. 대선 과정에서 여당 내에서 여러 차례 노선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박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18일 비전 선포식에서 국민통합, 정치쇄신과 함께 일자리·경제민주화를 3대 국정 지표로 삼을 것을 약속했다.
비록 상위 국정목표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21개 추진 전략에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 질서 확립’이 명시돼 있고 경제적 약자의 권익보호나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이 140대 국정과제로 설정돼 있기 때문에 경제민주화 실천 의지가 후퇴한 것은 아니라는 게 인수위 입장이다. 하지만 인수위 발표문에 경제민주화라는 용어 자체가 언급되지 않은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새 정부가 세계경제위기에 따른 장기 저성장의 우려가 대선 과정에서 현실화된 상황변화를 수용해 일단 안정적인 경제 관리에 주안점을 두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나 불공정한 경제관행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경제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없으며 통합적이고 견실한 사회도 요원하다는 문제인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경제민주화를 진전시키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는 게 국민과의 약속을 중시하는 박 당선인의 정치철학과도 부합한다. 경제 위기상황을 관리하면서 경제민주화도 진척시키는 적절한 정책배합이 새 정부의 핵심 과제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랜 논란거리인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 인수위마저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를 위한 상설특검 등이 국정과제에서 빠진 점은 유감이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해 능동적 억제전략 개념을 발전시키고 북 핵·미사일 시설 타격을 위한 통합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등의 과제를 설정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하지만 통일정책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한 관계 정상화라는 원론만 언급돼 있고, 국제 사회와의 공조 등에서 특별히 진전된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