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예민한 오빠는 좋겠다” 순해서 덜 챙기게 되는 아이 속마음은… ‘나도 예민할 거야’

입력 2013-02-21 17:07


나도 예민할 거야/글 유은실·그림 김유대/사계절

예민하다는 뜻은 뭘까. 어른들 대화 속에 가끔 섞여 있는 이 어려운 한자어를 초등학교 1학년 정이는 안다. 여동생인 자신보다 작고 약해 걱정인 오빠에 대해 얘기할 때 이 단어는 나온다.

‘오빠는 예민하다. 예민은 잘 못 자는 거다. 아무거나 안 먹는 거다. 신경질을 내는 거다.’

그런 오빠와 달리, 잘 자고 아무거나 잘 먹어서 순하다는 소리를 듣는 정이. 어느 날 예민해지기로 했다. 잠을 잘 자게 오빠만 침대를 사주기로 했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다.

예민해지는 건 어려웠다. 잠이 올까봐 먹고 싶은 우유를 종일 참는 건 힘들었다. 졸리는 눈을 부릅뜨고 안 자는 것도 고역이었다. 그래도 엄마가 배를 살살 만져주는 건 좋았다. 역시 순한 정이였다. 엄마가 시키는 대로 숫자를 셌더니 어느 결에 푹 잠이 들고 말았으니.

다음 날 아침, 오빠의 침대를 사러 간다는 말을 잠결에 듣고 정이는 울고 말았다. 오빠만 침대 사줘도 ‘정이는 맛있는 거면 다 풀

리는 애’라고 말하는 게 야속했다.

“나는… 침대에서… 못 잘 거야. 맨날 맨날… 순할 거야. … 맨날 맨날 아무 데서나 잘 거야.”

순해서 상대적으로 덜 챙겨 받는 아이들이 느끼는 서운한 감정을 작가는 마치 아이들 맘속에 들어가 본 것처럼 그린다. 그런 정이를 보고 부모는 어떻게 했을까.

책은 정이네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 세 편이 옴니버스 식으로 꾸며졌다. 침대에 얽힌 ‘예민은 힘들어’에 이어지는 ‘유전자는 고마워’ ‘꼬붕이는 맛있어’는 농부가 된 아빠를 만나러 간 시골집에서 벌어진 유쾌한 소동을 그렸다. 아빠는 회사가 망한 후 가족과 떨어져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다.

손영옥 선임기자